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가 예상대로 대북 중유지원을 12월부터 중단키로 결정했다. 중유지원은 경수로 사업과 함께 제네바 핵 합의의 상징물이어서 제네바 합의가 위기국면으로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유지원 중단은 미국이 주도했고,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동의했다. 우리 정부는 8·9일의 대북정책 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 이어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지만, 한·미·일 공조를 위해 양보가 불가피했다.KEDO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할 경우, 중유지원 여부를 재론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경수로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대응 여하에 따라 제네바 합의가 유지될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고집을 피우면 경수로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북한이 핵 개발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미국과의 불가침 협정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사태를 직시하길 바란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핵 개발 계획을 추진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부시 행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에 가 있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의 기조를 어떻게 해서라도 유지해 보고자 북한을 옹호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서 레임덕에 걸려 있고, 유력한 3명의 대통령 후보 중 2명이 대북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파국을 맞기 전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KEDO의 압박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 행동이 시작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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