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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서 신라 木簡 65점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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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서 신라 木簡 65점 발굴

입력
200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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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군 가야읍 광정리 성산산성(城山山城·사적 67호)에서 6세기 중·후반 신라시대 목간(木簡) 65점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이 목간들은 국내에서 출토된 목간으로는 가장 오래됐고 수도 가장 많은데다, 글자 판독이 가능한 목간이 51점에 달해 신라를 비롯한 한국 고대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선태)는 15일 성산산성 현장에서 지도위원회를 열고, 목간 등 출토 유물과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조남산(해발 139.4m) 정상부에 위치한 둘레 1,400m의 석축성인 성산산성에서는 92년부터 계속된 발굴조사에서 이미 총 28점의 목간이 출토됐다.

발굴된 목간은 길이가 7∼40㎝로 다양하며, 재질은 소나무가 주종이다.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글씨를 적외선 촬영으로 판독한 결과, 仇利伐(구리벌) 陽村(양촌) 陳城(진성) 등 지명과 居利支(거리지) 己兮支(기혜지) 등 인명, 신라시대 외위(外位·지방관리) 8, 9등급에 해당하는 一伐(일벌) 一尺(일척) 등 관직명이 확인됐다. 또 그동안 발굴된 목간에서와 마찬가지로 稗石(패석) 稗(패) 등의 글자가 자주 쓰였다.

발굴조사단은 '稗'를 잡곡의 하나인 피, '稗石'은피 한 섬으로 해석해 목간 중 상당수가 성곽 축성 또는 보수 공사 때 '어느 지역 사는 아무개가 부역을 대신해 낸 곡물 몇 섬' 등의 내용을 표시한 일종의 하찰(荷札·물품꼬리표)이라고 추정했다. 목간 제작 시기는 외위 관직명의 사용 연대와 함께 출토된 토기 등 유물로 미뤄 6세기 중·후반으로 추정했다.

김성범 학예실장은 "그동안 국내 학계 일각에서는 호패(신분증)라는 견해가 제기됐으나 이번 판독 결과로 볼 때 물품 꼬리표임이 확실해졌다"면서 "특히 목간에 충북 단양의 신라적성비에 적힌 '鄒文(추문)'이란 지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산성을 쌓을 때 인근 주민은 물론, 경북과 충북 일대의 주민들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에서는 목간을 만들 때 나무를 다듬거나 잘못 쓴 글자를 지울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쇠칼, 붓 등도 출토돼 목간 제작 과정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방망이류, 나무바늘, 나무못, 용도를 알 수 없는 톱날형 목기구 등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에서도 출토된 적이 없는 독특한 목제 유물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 용구와 도토리 깨 볍씨 등 곡물류가 함께 출토돼 고대 생활사 복원에 귀중한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 목간(木簡)이란

종이가 널리 쓰이기 전 나무에 붓이나 칼로 글자를 쓰거나 새겨 기록한 것. 중국 일본에서는 이미 수 십 만점이 출토돼 목간학(木簡學)이란 연구 분야가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경주 안압지 발굴 때 통일신라시대 목간 50여점이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200여점이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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