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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일류大면 뭣해, 교양과 창의성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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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일류大면 뭣해, 교양과 창의성이 없는데

입력
200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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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청어람미디어·1만3,000원"국내 최고대학에 다닌다는 이공계 학생들이 기초적인 물리, 생물 심지어는 미적분조차 제대로 못한다. 창의성 없는 암기식 고시만 횡행하고 기초학력 저하는 한심할 지경이다."

얼마전 신문지상을 장식했던 서울대 관련기사 중 일부 같지만 이웃 일본의 도쿄대 이야기다.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는 도쿄대 불문과와 철학과를 졸업한 평론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52)가 일본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도쿄대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한 책이다. 전반부는 지적 망국론, 후반부는 현대 교양론으로 되어 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문부성(교육부)이 97년 이후 일선 고등학교에 시행케 한 '융통성 있는 교육'이 대학 입학생들의 급격한 학력저하를 불러왔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특히 어려운 과학과목들이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기초가 없는 학생들이 이공계에 진학하고 국민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 낙후되면서 국가경쟁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견해는 귀담아 들을 만 하다.

다음은 법학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교수의 강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 적기에 바쁜 학생들은 주전자가 부어주어야 속이 차는 찻잔과 마찬가지란다. 결국 법률지식 이외에 교양과 창의성은 없고 심지어는 교양수업도 노트정리에 의존하는 암기기계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도쿄대는 중도탈락이 없을 정도로 교육이 너무 느슨하다는 등 여러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의 대안은 놀랍게도 대학이 교양이 풍부한 제너럴리스트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4년 동안은 미국의 경우처럼 리버럴 아트(교양 교육)에 충실하고 전공에 대한 실용적 지식은 대학원에서 배우자는 저자의 주장은 언뜻 수용하기 힘들다. 한 가지만 제대로 해도 된다는 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교양은 시대를 통찰하는 비전을 가지고 암기된 지식보다는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반인도 바이오공학의 의미를 이해하고 각 분야의 신문기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영어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수능란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저자가 요구하는 제너럴리스트는 자기의 전문분야가 있으면서도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다. 현대 사회는 각 학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입시에 제비뽑기를 도입하자는 엉뚱한 주장도 있지만 저자가 교양이 없다고 주장하는 법학부 졸업생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것을 들어 "도쿄대 법학부는 사람교육을 잘못시켰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그대로 겹쳐진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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