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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출판 노하우 공개

입력
200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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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도 몰라”라는 광고 문구가 있듯, 자기만의 노하우를 쉽게 드러내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출판 기획, 편집자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책을 기획하고 저자를 섭외하고 마케팅을 하는데 있어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는데 이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다른 출판사, 심지어 같은 출판사의 다른 기획, 편집자도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낸 출판전문무크 ‘북 페뎀’ 2호는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판기획’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꽁꽁 감추기만 했던 출판 노하우를 책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내로라 하는 대표적 출판 기획, 편집자들이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 내는 요령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지요.

가령 ‘로빈슨크루소 따라잡기’를 기획한 뜨인돌출판사의 박철준 부사장은 1998년 겨울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라는 한 잡지 기사를 우연히 읽고 책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처절한 사투뿐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으로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담자는 생각이 순간에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는 신문 방송 잡지를 자주 접하고 순발력을 발휘하면 재치있는 기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돌베개출판사의 김혜형 편집부장이 ‘테마 한국문화사’를 기획한 과정은 보다 정밀합니다. 그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감상이 일반화, 대중화하고 가족ㆍ동호인 단위로 답사여행이 붐을 이룬 것을 보면서 이제는 전문성과 깊이를 갖춘 전통문화도서가 나올 때가 됐다고 판단해 책을 냈다고 합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출판 기획, 편집자의 시간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1년차는 교정 교열 맞춤법을 익히고 제작현장을 다녀야 하며 3년차는 저자와의 대화법을 알아야 하고 광고문안과 표지문안을 쓸 수 있어야 하며 5년차는 기획자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식입니다.

이 책은 출판에 직접 몸 담지 않은 독자 입장에서 보면 그리 재미있거나 의미가 크다고 할 수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기획, 편집자의 요령을 궁금하게 여기고 특히 대가(大家)의 노하우를 배우고자 했던 후배 출판인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되고 있습니다.

공동 노력을 통해 출판계 전반의 기획, 편집능력이 향상된다면 독자에게도 큰 이익이 될 것입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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