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중유공급 중단시점을 12월로 설정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적절한 조치"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한·미·일 3국과 EU의 입장이 골고루 반영된 결론이기 때문에 모두 만족한다"면서 이번 결정이 대북 강경·온건론 간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그러나 표면상 평가와 달리 정부의 부담과 우려는 한층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중유 공급 중단을 빌미로 제네바 합의 파기 선언을 할 경우 한반도에는 급박한 위기 정세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일 양국이 제네바 합의 틀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핵 폐기를 위한 북한의 신뢰할 만한 조치가 없는 한 12월분 중유 공급은 없다"는 점을 명시, 북한에 대한 경고에 분명한 시한을 담았다. 또한 북한의 선(先) 핵 폐기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 북한에 대한 압박 자세를 강화하고 타협의 여지를 줄였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가시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능한 남북대화 채널을 총동원, 대북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설득은 경의·동해선 연결 공사를 위한 실무 접촉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 또한 난기류에 휩싸일 조짐이 보인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KEDO이사회가 남북, 북일 대화 채널의 유용성에 공감했지만 북미관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선 남북관계가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DMZ내 지뢰 제거 작업이 벌써 상호검증단 파견절차를 놓고 유엔사의 견제로 주춤거리는 상황은 이를 반증해 준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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