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주자들에게 최대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층간 소음 문제가 법적 규제를 받게 됐다. 건설교통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바닥충격음 기준을 새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 14일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층간 바닥충격음을 경량충격음(슬리퍼 끄는 소리, 골프공 떨어지는 소리)의 경우 50㏈ 이하로, 중량충격음(어린이 뛰는 소리)은 58㏈ 이하로 맞추거나 또는 건교부 장관이 이를 충족하도록 정한 표준 바닥구조로 시공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바닥이 지금보다 2㎝ 가량 두꺼워지고 분양가도 평당 5만원 안팎 오를 전망이다.
건교부는 주택건설업체들의 준비기간 등을 감안, 공포 1년 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는 아파트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건교부가 제시한 층간 소음기준에 전체 아파트의 53%가 미달된 것으로 나타나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다툼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건교부는 이번 기준이 선진국 수준(40∼45㏈)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분양가 상승 및 아파트 전용면적 감소로 인한 입주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실태 최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경기 하남시 A아파트의 30평형 904호 거실에서 간이소음기로 층간 소음을 측정한 결과 바로 위층 1004호 화장실에서 양변기 물을 내리자 50㏈이 나왔다. 1004호의 화장실 문 닫는 소리는 54㏈, 걸음소리는 49㏈이 각각 찍혔다. 또 사무실에서의 소음 수준은 50㏈ 안팎으로 나타났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 관계자는 "낮시간에 바로 위층에서 50㏈이 넘는 소음이 내려올 정도면 아래층 주민의 피해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소음분쟁은 4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가 아파트 층간소음이 부실시공 때문이라며 시공사가 주민의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이후 급증하고 있다. 사이버민원실(edc.me.go.kr)에도 최근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의 90%가 층간소음관련 문의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새로 지은 빌라 3층(27평)에 입주한 주부 이모(30)씨는 위층 소음을 견디다 못해 넉달만에 부동산중개업소에 집을 내놓기도 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층간 소음문제로 접수된 민원은 올들어 급증해 10월 현재 40건에 달하며 27건이 진행중이고, 6건은 합의, 5건은 자진철회, 2건은 기각됐다. 이처럼 실제 재정신청 건수가 적은 것은 아파트 부녀회가 집값 하락을 우려해 재정신청을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으로 조정위는 분석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 소음줄이기 전쟁 아파트 생활공간의 소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주택건설업체들도 소음과의 전쟁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건설은 폐타이어를 잘게 썰어 바닥에 깔아 층간소음을 방지하는 이색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용인수지의 LG빌리지 2차 아파트, 수원 정자동 LG아파트 등에 사용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말 아파트 생활소음 저감대책에 관한 특별보고서까지 발표한 바 있는 대림산업은 안양 호계 e-편한세상 등 공급아파트에 대해 소음차단을 위한 흡음판을 욕실 천장에 시공하는 등 방음경쟁에 가세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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