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일선 검사들의 수사의지가 꺾였다는 말인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 이후 검찰이 '의욕상실증'에라도 걸린 듯 부쩍 수사활동이 뜸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지검의 경우 비록 공휴일이 끼기는 했지만 지난 3일과 10일, 11일에는 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이달 1일부터 10일 사이의 구속영장 청구건수는 32건으로, 고문치사 사건이 있기 전인 지난달 같은 기간의 62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우연의 일치라고도 생각할 수 있으나 혹 검찰의 인지(認知)수사 업무가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검사가 직접 청구하는 구속영장의 대부분이 특수부, 강력부, 마약부 등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장 없는 날'이란 곧 검찰의 인지수사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고문치사 사건으로 담당검사와 수사관이 구속되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교체되는 소용돌이 속에 일선 검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어느 정도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파문이 검찰의 보신주의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국민이 검찰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악을 뿌리뽑아 달라는 주문 때문이다. 그러기에 검찰권이 정치권력에 휘둘릴 때마다 국민은 '검찰권 중립'을 앞세워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연히 없어졌어야 했을 강압수사의 관행은 이제 잊어버리고 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면서도 끈질기게 범죄를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기에서 검찰이 주저앉으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또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가 될지 한번 생각해 보라.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서 사회가 썩지 않도록 소금의 역할을 다할 것을 검찰에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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