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문자(43·서울 관악구 봉천9동)씨는 요즘 거실에 있는 벽걸이 수족관만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지난 5월 설치한 수족관이 겨울 들어 진가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유영하는 모습만으로도 거실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것은 물론 겨울이면 늘 고민이었던 건조한 실내공기도 한결 촉촉해졌다. "하루에 물이 약 5㎝정도 줄어드는 것이 보일만큼 가습 효과가 뛰어나다"는 김씨는 "수족관을 설치한 후 고등학생 아들의 비염증세도 크게 좋아졌다"고 좋아했다.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건조한 실내 공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눈은 뻑뻑하고 목도 따끔거리고 팔다리는 쓰라리고…. 가습기를 틀거나 빨래를 너는 방법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김씨 처럼 '가습 인테리어'를 고려해보자. 수족관은 물론 수중식물키우기, 실내 미니분수 만들기 등 분위기와 가습효과를 모두 살린 일석이조 인테리어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간단하게 설치하는 미니분수
시원한 느낌을 받기위해 여름에 주로 설치하는 실내용 미니 분수는 겨울철 실내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데 톡톡하게 역할한다. 가습기와 달리 물이 계속해서 흐르면서 공기에 수분을 보충해주기 때문에 오염될 우려가 없고 인테리어와 가습,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물을 붓고 전기 코드만 꽂으면 될 정도로 설치가 간편한데다 원하는 위치로 움직이기 쉬운 것도 매력이다. 관리도 간편해 하루에 한 컵 정도, 줄어든 만큼의 물을 새로 부어주기만 하면 된다. 물때를 예방하려면 '가습기 메이트'와 같은 제품을 이용하면 된다. 3일에 한번 정도 아로마 원액을 두 방울 정도 떨어뜨려주면 은은한 향기가 퍼져 방향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작은 분수를 방에 둘 경우 예민한 사람은 물소리 때문에 잠을 설칠 수도 있지만 대개는 물이 흐르는 잔잔한 소리가 수면을 돕는다. 키가 큰 제품은 흐르는 물의 양이 많은 만큼 면적이 큰 거실에 놓아두면 좋다. 집에 키가 큰 식물이 있다면 그 옆에 두어 산 속의 작은 폭포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조명 기능이 내장된 제품은 스탠드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다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수용 코드와 조명을 위한 코드가 분리돼 있는 제품이 좋다. 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으면 물이 넘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안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탠드 겸용 미니분수는 7만∼10만원선, 코드가 분리된 거실용 분수는 19만원 정도 한다.
■거실 벽에 걸린 작은 열대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벽걸이 수족관도 실내 가습에 효과적이다. 열대어들을 위해 끊임없이 생성되는 기포가 실내공기에 습기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액자같이 벽에 걸기 때문에 공간을 차지하지 않을 뿐더러 한 번 설치하면 특별히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스마트라, 소드테일, 칼라테트라 등 색색가지의 화려한 열대어들이 집안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원하는 배경을 자유롭게 넣을 수 있어 벽지나 다른 가구 분위기와 맞출 수도 있다.
피시뱅크사의 김현숙 이사는 "여름철에는 분위기를 위해 제품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겨울철에는 가습효과를 얻기 위해 벽걸이 수족관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8개월에 한번 정도만 수조를 청소해주면 되고 대부분 설치업체에서 이를 대행해준다. 세로 70㎝, 두께 15㎝에 가로 1m50㎝가 110만원, 1m80㎝가 135만원, 2m10㎝가 160만원정도 한다.
■흙에서, 물에서…식물로 촉촉하게
실내 공기에 수분을 공급하는 데 관엽식물만큼 좋은 것은 없다. 2m짜리 마다가스카르산 아레카 야자 같은 경우는 화분 하나가 하루에 1리터의 수분을 방출할 정도다. 야자나무나 고무나무 같은 식물은 온도가 10도 이상으로만 유지되면 겨울철에도 잘 자라므로 실내에서라면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단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햇볕을 쐬게 해야 싱싱함이 유지된다.
물만으로 키우는 수중식물도 자연스러운 가습에 도움이 된다. 부레옥잠, 물개구리밥, 물옥잠 등은 물 위에 떠서 생활하는 식물로 깨끗한 물만 있다면 흙 없이 키울 수 있다. 투명하고 넓은 수조나 화병에 물을 채우고 수중식물들을 띄우는 것만으로 쉽게 완성된다. 이틀에 한번씩은 깨끗한 물로 갈아줘야 하지만 참숯 조각을 넣어두면 깨끗한 물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반드시 수중식물이 아니더라도 싱고니움, 드라세나, 스파트필름, 스킨답서스, 히야신스 같이 물을 좋아하는 식물은 수경재배가 가능하다. 물과 자갈로 간단하게 완성하는 수경재배는 뿌리가 뻗는 모습이 보여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물에 넣기 전에 뿌리에 묻어있는 흙을 깨끗이 헹궈내야 잘 자란다.
게으른 사람은 물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가벼운 인공소재 하이드로볼을 이용한다. 투명한 화병의 70%정도까지 깨끗이 씻은 하이드로볼을 담아 수경식물의 뿌리를 살짝 심고 물을 채워두면 한 달 정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유난히 건조한 아파트엔 베란다정원 만들어볼까
단독주택보다 아파트가 유난히 건조한 이유는 식물을 심을 수 있는 촉촉한 흙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니 분수나 화분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베란다나 거실 한 구석에 연못이 있는 작은 정원을 만들어보자. 베란다에는 1평, 실내에는 0.5평 정도의 정원이 적당하다.
베란다 정원의 경우 물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수반에 꽃가게에서 1만원 정도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분수용 모터를 넣는다.
모터에 연결한 호스를 조각이나 장치 등에 이으면 간단하게 작은 분수가 완성된다. 신고니움, 무늬 접란, 페페로니아, 칼라데아 등 물가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화분 채로 수반 안과 밖에 배치해 간단하게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좀더 그럴듯한 정원을 위해서는 물을 담는 수반을 그것보다 큰 수반에 넣고 그 사이에 식물을 심는다. 자연흙은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하게 굳고 너무 무거우므로 영구적이고 뿌리가 내리기 좋은 인공흙을 사용한다.
베란다가 아닌 실내에 정원을 만든다면 마루가 썩지 않도록 배수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수반 밑바닥부터 비닐, 배수판, 부직포 순으로 깔고 그 위에 식물을 심은 후 흙이 넘치지 않도록 이끼나 나무껍질인 '바크'로 덮는다.
직접 만들 자신이 없다면 전문적인 조경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집안 분위기와 맞춰 설계·시공해주는 실내정원은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에스빠스 조경 조명숙 대표는 "숯이나 맥반석을 넣으면 물을 깨끗이 유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신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