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할 때 간혹 유명작가나 시인 음악가 학자들의 생가를 둘러볼 때가 있다. 특정 인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단체관광의 한 코스로 들어 있어 싫어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둘러보고 나면 남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유명한 작품의 육필 원고나, 유명 작곡가가 쓰던 피아노 안경 지팡이 같은 유품을 대할 때마다 문화를 사랑하는 후세의 자부심과, 그것을 길이 지탱해 주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문화애호 정책이 부러워지곤 한다.■ 모르는 새 우리도 문학관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작가 박경리 선생이 원주 교외에 토지문화관을 만든 것은 근래의 일이다. 3,000여평 너른 터에 지은 800평 규모의 건물에는 집필실 세미나실 회의실 같은 문화활동 공간과 숙박시설까지 있어, 주말마다 문학인 초청강연회 등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린다. 지난 10월 초에는 칠곡군 왜관읍에 구상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두 시설 모두 작가의 고향이 아닌 곳에 생긴 것과, 생존문인의 문학관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 작고문인 기념관으로는 8월에 문을 연 춘천 김유정문학촌과, 평창 이효석문학관이 눈길을 끈다.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에 생긴 김유정문학촌은 고인의 생가 복원으로 그치지 않고, 디딜방아간 외양간 같은 부속건물과 전시관까지 지어져 '문학촌'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효석문학관은 평창군 봉평면 창봉리에 남아 있는 생가를 중심으로, 메밀자료관 학예연구실 문학교실 등을 지어 고인의 육필 원고, 학적부와 사진, 추서받은 훈장 등을 전시하고 있다.
■ 강원도에서는 인제 박인환 생가복원과 철원 이태준문학터전 건립계획도 추진되고 있어, 향토 문학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14일에는 전주시가 '혼불'의 작가 최명희문학관을 건립한다는 뉴스가 뒤를 이었다.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생가 터에 건립할 이 시설 역시, 생가복원 자료실 세미나실 같은 내용으로 계획되고 있다. 원형대로 복원한 생가에 육필 원고나 유품류를 전시하는 것은 뜻도 깊고 누구나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자체가 개입해 '관광성'에 치우치면 문학 애호가들의 마음은 떠나고 만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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