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사극 '장희빈' 외주제작사의 PD 폭행사건을 계기로 현행 외주제작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특히 매년 외주제작 의무 편성비율을 고시해 온 방송위원회도 "양적 팽창 위주로 진행돼 온 외주제작정책을 수정 보완하겠다"고 밝혀 1991년 처음 도입된 외주제작정책의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대인 방송위원장은 14일 "2005년까지 외주제작 편성비율을 매월 전체방송시간의 40% 이내로 끌어올리려는 당초 목표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외주제작 정책의 문제가 드러난 만큼 문화관광부와 협의, 편성비율 조정 등 정책 일부를 수정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위는 현업단체와 토론회를 거쳐 2003년 1월 문화부와의 편성비율 조정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방침이다.
현 외주제작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타급 연기자와 유명 PD·작가에 의해 시청률이 좌우되는 방송환경에서 이들을 거느린 일부 영향력 있는 외주제작사의 독주를 누구도 견제할 수 없다는 것. 지상파 방송의 시장독점 방지와 공영성 확보, 독립제작사를 통한 영상산업 발전 등을 위해 도입한 외주제작 의무편성비율(현재 전체 방송시간의 33% 이상)이 일부 연예자본의 힘만 키워주었다는 지적이다.
19일 외주제도 개선특별위원회를 발족키로 한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자본의 힘으로 몇몇 연예인을 전속하고 그것을 무기 삼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 온 일부 연예자본의 속성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며 "방송사가 연출자를 파견하면서까지 외주 의무편성비율을 맞춰야 하는 현 외주정책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스타 섭외와 프로그램 홍보에만 머문 '반쪽짜리' 외주제작 행태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장희빈'의 경우 제작사는 외주제작사인 이스타즈이지만 연출자와 조연출, 세트와 촬영장비는 모두 KBS 소속. 한마디로 "실질적인 제작은 우리(방송사)가 다 할 테니 당신들(외주제작사)은 경쟁력 있는 스타만 캐스팅해 달라"는 것이다.
외주제작사가 1회당 최소 600만원씩 들여 스타를 캐스팅할 수 있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에는 금지된 제작비 협찬이 허용되기 때문. 외주제작사가 방송사로부터 받는 제작비(납품비)는 미니시리즈 1회당 6,000만∼8,000만원(촬영시설 임대료 등 제외)이며 협찬금은 드라마 인기에 따라 1회당 2,000만∼5,000만원에 이른다.
SBS 드라마 '별을 쏘다'를 제작하는 김종학프로덕션의 이장수 PD는 "KBS PD폭행사건은 외주제작사가 현장 지휘를 담당하는 PD의 연출권을 갖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며 "진정한 외주제작은 경쟁력 있는 제작사가 배우 캐스팅은 물론 제작과 연출까지 모두 맡아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방송사 PD 중심으로 진행되는 '외주제작 비판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폭행사건을 '연출권에 대한 근본적 도발'로 간주하는 등 외주제작사 득세에 따른 방송사 PD들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를 제작한 인비넷의 이강훈 대표는 "연출자가 방송사 소속인 경우 오히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의사소통 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제작능력을 검증 받지 못한 외주제작사를 선택한 방송사에도 있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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