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리는 유일한 패션컬렉션인 '제2회 프레타 포르테 부산'이 전 행사주관사였던 (주)프레타포르테아시아(대표 민장식)와 주최측인 부산시의 마찰로 국제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해, 패션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이번 분쟁에는 프랑스 패션단체까지 개입돼 집안싸움이 국제적 망신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주)프레타포르테아시아는 최근 언론사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자사가 프레타포르테 파리 패션행사와 관련된 아시아지역의 명칭사용권을 프랑스패션연합(Federation Francaise du Pret-a-Porter Feminin, 회장 장 피에르 모초)으로부터 일임받았는데도 부산시가 무단으로 명칭을 사용,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부산시가 행사를 강행할 경우 20일께 프랑스패션연합을 통해 소송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프랑스패션연합은 10월2일자로 프레타포르테 명칭사용 중단 촉구 및 법적 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부산시장 앞으로 보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한다. 부산시 산업진흥과 정재동씨는 "프레타 포르테라는 명칭은 '기성복'이라는 일반명사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며 "더구나 이번 행사는 패션쇼를 하는 컬렉션이지 바이어 수주를 위한 전시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전시회 관련 명칭사용권을 갖고있는 프랑스패션연합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또 "이번 분쟁은 1회 행사를 주관했던 프레타포르테아시아측이 행사에서 배제되자 프랑스패션계를 통해 국내에 압력을 넣으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패션계는 이번 분란을 프레타포르테 부산을 둘러싼 양측의 상반된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있다. 부산시는 섬유 및 신발기지에서 패션문화 선도도시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파리 패션계와 연계가 필요했고 파리 사정에 밝은 민장식씨를 기용, 파리컬렉션을 주관하는 파리패션조합 디디에 그랑박 회장과 상호협력의향서를 교환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1회 대회에서 민씨가 예산을 초과 집행해 4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지고 행사 성과도 미미하자 주관사 자격을 회수했다.
반면 프레타포르테아시아는 부산 행사의 성사부터가 자사의 파리패션계 인사 동원능력에 기대어 이루어진 것으로 일방적인 주관사 변경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국내 패션계에 이렇다할 배경이 없는 민씨로서는 '부산행사 주관사'라는 타이틀이 패션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처지라는 분석도 있다.
양측의 대립으로 정작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을 당한 것은 '코리아'라는 브랜드 이미지이다. 패션저널리스트 조명숙씨는 "외국의 조직과 인사를 끌어들여 문제를 확대시킨 쪽이나 행사 주인이면서도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쪽이나 국제적 망신이기는 마찬가지"라며 "이제 막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는 한국패션산업이 이번 일로 커다란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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