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이 테이프 육성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알림에 따라 미국과 세계는 다시금 테러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그의 재출현은 대 이라크 사찰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무차별 민간인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빈 라덴이 미국 이외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을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한 것도 대 이라크 전선 분열과 민간인 테러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왜 모습을 드러냈나
미 국가안보위(NSC) 테러 업무를 담당했던 다니엘 벤자민은 "빈 라덴은 유엔의 이라크 사찰이 임박한 시점에 모습을 드러내 대 이라크 전선에 힘을 집중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을 종교전쟁으로 간주하는 이슬람 분위기에 편승한 빈 라덴이 영국 프랑스 등으로 테러 대상국 범위를 넓혀 동맹의 분열을 기도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알 카에다와 이슬람 무장 단체의 조직 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집트 전문가 모하마드 살라는 "그는 뿔뿔이 흩어진 알 카에다와 추종자들의 도덕적 동기를 북돋우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테이프 공개 직후 이슬람 과격 단체 웹사이트에는 그의 생존에 열광하는 글들이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이 분석은 빈 라덴이 생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알 카에다가 회생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빈 라덴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선에 균열을 꾀하고, 테러 조직을 재건하려는 다목적 포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시 확산되는 테러 공포
"당신들이 우리를 죽이는 것처럼 우리도 당신들을 죽이겠다"는 그의 메시지는 미국과 동맹국들을 떨게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테이프는 증오와 살인을 추구하는 활동적인 적이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고, BBC방송은 "영국은 알 카에다 척결이 최우선 과제임을 인식했다"며 영국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빈 라덴이 대형 테러 사건 발발 직전 종종 모습을 드러낸 사실을 상기하며 "그가 이번에 녹음테이프를 이용했으나, 테러 발발 이후에는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출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관측통들은 빈 라덴이 발리 테러 사건 등 민간인을 상대로 한 무차별 테러를 찬양한 점을 우려하면서 민간시설에 대한 각국의 경계 강화를 예상하고 있다.
■빈 라덴 추적 작전
부시 대통령의 녹음 테이프 진위 판명 지시는 빈 라덴 추적 작전 강화 지시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말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정밀 폭격 등을 통해 추적에 고삐를 늦추지 않아 온 미국은 파키스탄 정보기관(ISI) 등과의 공조를 다지고 무인 정찰기(프레데터) 폭격 등을 통한 테러조직 파괴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빈 라덴도 이를 의식, 자신이 즐겨 이용하던 비디오 테이프 대신 녹음 테이프를 이용해 자신의 거처에 대한 정보를 숨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가 성형수술을 했기 때문에 녹음테이프를 택했다는 설도 제기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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