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도중 장난삼아 '살인을 했다'고 농담을 하다 강도살인범으로 몰린 청소년들이 구속 10개월 만에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서울고법 형사2부(이성룡·李性龍 부장판사)는 14일 강도살인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15년과 장기 7년∼단기 5년을 선고 받은 장모(20)씨 등 두 명에 대해 "물증 없이 자백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힘들다"며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몸에 난 칼자국과 범행에 이용했다는 칼의 모양이 다르고 채팅 중 살인했다고 밝힌 장소도 실제 살해 장소와 전혀 다른 곳"이라며 "피고인들이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자백과 PC방에서 '살인하고 수배됐다'는 내용의 채팅장면을 본 목격자 진술만으로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피의자들이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를 받는 도중, 구타로 허위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술'에 의존한 검·경의 수사관행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인은 재판부에 "경찰에서 무수히 맞아 마음의 공황상태에서 검찰도 '죄를 부인하면 중형을 받을 수 있다'고 현혹해 아리랑치기 도중 살인을 저질렀다는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지난 1월 PC방에서 사람을 죽였다는 내용의 채팅을 하는 것을 본 PC방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돼 친구인 윤모씨와 함께 지난해 12월 인천 남동구 간석 1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려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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