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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 우리은행 "우리사랑 레포츠 예·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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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 우리은행 "우리사랑 레포츠 예·적금"

입력
200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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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월드컵도 있는데 스포츠와 한번 연결해보면 어떨까요? 예금을 들면 축구경기 입장권도 할인해 주고, 뭐 그런 식으로…." 2001년 11월의 어느 늦은 저녁 우리은행(당시엔 한빛은행) 개인상품개발팀 회의실. 신상품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마라톤회의 도중 입사 11년차의 김종득 과장이 불쑥 '스포츠'란 말을 꺼냈다. "예금은 이자만 높으면 그만인데, 고객들이 그런 데까지 관심을 가질까?", "스포츠관련 서비스라면 비용이 적지 않을 텐데…" 처음엔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지만 장시간의 갑론을박 끝에 김 과장의 아이디어가 결국 신상품의 핵심 컨셉으로 채택됐다. 올들어 마치 유행병처럼 국내 은행가를 휩쓴 레포츠 테마상품의 '효시'가 발아하는 순간이다.

'우리사랑 레포츠 예·적금'. 은행상품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은 이 공전의 히트상품이 시장에 나온 것은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올 5월 20일. 그 사이 6개월은 기나긴 산고(産苦)의 연속이었다. 우리은행 상품개발팀은 처음엔 월드컵에만 초점을 맞춰 축구관련 서비스 개발에 몰두했지만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면서 점차 '레저'부문까지 아우르는 상품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마침 금융권 노사가 주5일 근무 논의를 시작하면서 향후 레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확신이 섰고, 막연하기만 하던 신상품의 개념도 '레저와 스포츠 분야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신상품'의 형태로 윤곽을 잡았다.

상품구상이 어느 정도 끝난 뒤에는 10여명의 직원들을 3개 팀으로 나누어 해외 '벤치마킹'에 나섰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등 방카슈랑스(보험과 은행의 겸업체제)가 발달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을 돌며 은행예금과 보험을 결합한 상품들에 관한 각종 사례를 수집해 상품전략에 반영했다. 한편으론 국내 유수의 레포츠업체와 보험회사를 제휴사로 확보하기 위해 개발팀 내 전직원이 나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사무실에 앉아서 탁상공론해 가며 만든 상품이 생명력이 길 수 있겠습니까. 모든 직원이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개인생활도 포기하고 일에 매달렸습니다. (우리사랑 레포츠예·적금은) 땀과 발품으로 만든 상품입니다." 상품개발팀의 총 책임자인 이창식 부장의 회고담이다.

드디어 D데이인 5월 20일. 우리은행의 기업이미지 통합(CI) 선포일이기도 한 이날 오랜 진통 끝에 '우리사랑 레포츠 예·적금'은 고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을 '1호 가입자'로 내세운 화려한 마케팅 이벤트와 함께. 고객들의 반응은 상품개발팀 직원들조차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폭발적이었다. '콘도예약, 스포츠센터 이용 및 레저용품 구입시 최고 65% 할인, 스포츠나 레저 활동시 상해 및 휴일 교통상해보험 무료가입'등이 처음 이 상품이 내세운 부가서비스의 전부였지만 출시 당일에만 무려 1,300억원의 유치실적을 올리는 '화려한 데뷔'를 했다. 우리은행 최초로 판매 10일 만에 1조원 달성, 100일 만에 5조원 돌파, 10월 말 현재 고객수 31만3,931명, 계약액 8조7,874억원…. 이후의 실적은 각종 신기록의 연속이었다.

주5일 근무제 개막(7월)과 함께 레포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 상품의 내용을 그대로 본뜬 '미투상품'들도 줄을 이었다. 국민은행의 '캥거루레저통장', 조흥은행의 '레토피아 적금', 외환은행의 'YES 레저피아 정기예·적금', 기업은행의 '파인위크엔드 통장'등 비슷한 형태의 상품들이 쏟아지면서 은행권에도 '레포츠 테마'가 빠르게 확산됐다. 우리은행의 제휴사들도 '대박'이 터졌다. '우리사랑 레포츠 예·적금'의 보험분야 제휴사인 삼성화재의 담당과장은 불과 몇 개월 만에 가입고객이 수십만명으로 늘어난 덕분에 '올해의 삼성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후문.

우리은행 직원들이 첫번째로 내세우는 성공요인은 '철두철미한 사후관리'. 상품의 특성상 제휴서비스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컸으리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김종득 과장은 "상품 출시 직후부터 제휴회사에 전담창구까지 설치해 예금 가입 고객들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부가서비스를 받고 있는가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 우리은행이 말하는 마케팅 성공전략

구전효과를 활용하라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미디어 광고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홍보효과를 노렸다. 상품출시 이후 줄곧 지하철 광고만 고집해왔고 월드컵 때는 '우리나라 우리은행, 우리사랑 레포츠'가 새겨진 응원도구를 나눠주며 간접홍보를 했다. 가입 고객들의 경험담을 편지형식으로 적어 다른 고객들에게 이메일로 소개했다.

기선제압에 나서라

금융시장의 특성상 복제상품들이 잇따라 쏟아질 것으로 예상, 마케팅 기간을 '상품출시 2개월 이내'로 정해놓고 은행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 판촉에 나섰다. 후발상품들이 감히 추격을 하지 못하도록 '텃밭'을 구축해 놓은 것이다.

스타마케팅을 활용하라

우리사랑 레포츠예·적금이 스포츠 관련 상품이란 점을 감안, 스포츠 스타들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상품출시 첫날에는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을 '가입 1호'로 기념하는 행사를 기획했고 예금실적이 1조원을 돌파했을 땐 배구선수 신진식과 김세진을 내세워 각종 이벤트를 벌였다.

사회적 트렌드를 등에 업어라

월드컵과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가적 스포츠행사와 금융권의 주5일 근무제가 아니었다면 레포츠 테마상품이 과연 이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상품기획 단계에서 반드시 사회적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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