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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범죄수사 멈춰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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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범죄수사 멈춰선 안된다

입력
200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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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저를 만나고 싶으면 오후 5시 이전에 오십시오."서울지검 강력부의 살인용의자 고문치사 사건이 한창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지난 주 한 형사부 검사가 자조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새벽까지 일해봤자 결국 '살인범'취급을 당할바에야 차라리 퇴근시간이라도 꼬박꼬박 지키겠다"는 취지다.

이 사건이후 서울지검, 특히 직격탄을 맞았던 강력부 검사들의 얼굴에는 '열심히 해보려다 빚어진 사고'인데도 일방적인 몰매를 맞았다는 억울함이 짙게 배어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강력부는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나 마찬가지다. 사건이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건수가 지난해 동기대비 60%수준으로 급락한 통계수치는 '일손놓은 검찰'의 실체를 잘 보여준다.

검찰의 이 같은 심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사명감 하나로 밤낮없이 일해 온 '일반검사'들에게 장관과 총장이 동시에 사퇴하고 동료검사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미친 충격파는 남달랐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검사들은 "검찰이 물고문과 구타를 일삼는 무도한 집단처럼 비쳐진 것은 정말 고통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수사를 게을리 한다면 그 또한 정도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현행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돼 있다. 당장 여론의 질타가 야속하다며 투정하듯 국민이 부여한 수사권을 방기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말이다. 국민들의 지적은 고문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 범죄수사마저 그만두라는 것은 아닐 터이다.

우리검찰 역사에는 다행히도 소중한 자산이 적지 않다. 특히 강력부는 조직폭력배 소탕과 슬롯머신 사건해결 등을 통해 한국판 '마니 폴리테'로까지 불린 적이 있다. 국민들은 접시 깰 것이 두려워 접시를 안 닦기 보다 설혹 깨더라도 열심히 닦으려하는, 그런 검사들을 원하고 있다.

박진석 사회부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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