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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반쪽짜리 허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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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반쪽짜리 허브코리아

입력
200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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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동북아의 물류와 비즈니스의 중심지, '허브코리아'가 될 수 있는 놀랄만한 지정학적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동북아의 경제규모, 교역량으로 볼 때 필요성도 높다. 서울로부터 3시간 비행거리 안에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가 43개나 위치해 있다.한편 19세기 알렉산드르 2세가 극동의 아무르강까지 영토를 확장한 이래 부동항 운영과 유라시아의 물류 연결은 러시아의 변치 않는 꿈이다. 그래서 주로 죄수들의 노역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건설되었는데 이는 러시아 현대사에서 오점인 동시에 러시아를 있게 한 경제적 기반이기도 하다.

러시아에서는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도 건설이 계속되었는데, 우리가 특히 주목할 건설사업은 스탈린에 의해 1950∼53년 행해진 '사할린 철도건설 사업'이다. 1950년 비밀법령을 채택하고 5개년 목표로 동쪽 끝 라자레프에서 비밀터널을 뚫는 기초공사에 착수하였다. 콤소몰스크나무레에서 라자레프의 지하터널을 지나 사할린섬까지 연결하는 대공사로서, 8㎞의 해협에 철교가 아닌 터널을 계획한 것은 겨울철 결빙으로 파손될 위험도 있지만 그보다 냉전의 긴장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1953년 5월 25일 스탈린의 사망 후 뜻밖에도 러시아 정부에서는 작업을 중지하였다. 지하 60m나 채굴이 진척되어 본격적인 터널공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스탈린의 운명처럼 순식간에 막을 내린 것이다.

지하터널 공사를 계속 진행할 것인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 그러나 최근 철교 건설을 위한 타당성 검토가 이미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사할린 철도의 연결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사할린에는 코르사코프와 모스칼보를 잇는 남북선이 있으며 해협 하나로 일본을 마주보는 곳까지 철도가 뻗게 된다.

러시아와 일본은 사할린과 홋카이도 사이를 연결시킬 계획을 은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신칸센(新幹線)을 보유한 일본의 기술력으로 보아 문제될 것이 없고,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다. 사할린철도의 지하터널은 이미 비밀이 아니지만, 러시아와 일본간의 철도 연결은 비밀스런 협상이 될 것이다. 만일 이것이 성사된다면 러시아는 굳이 '정치적으로 골치 아픈' 한반도 종주선 대신 일본열도와의 연결을 더 유리하게 볼 것이다. 한반도 종주선은 북한과도, 남한과도 협상해야 되고, 일본, 미국과도 야기될지 모르는 여러 가지의 갈등을 고려해야 된다면 매력 없는 것이다. 남북한이 적대 구조를 가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러시아와 일본은 대체로 양자간의 협상에 해당되는 것이다.

한국이 조만간 동북아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업가나 정치가가 장밋빛으로 떠들고 있으나, 사실 한국이 동북아의 허브가 되는데 정책, 비용, 기술과 같은 것들은 어찌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남북한의 이해와 교류인 것이다. 혹자는 경의선 연결 등으로서 북한을 끌어내고 결국 제압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접근 방법이 바뀌었다고 본다. 유엔에 가입되어 있고 국제적으로 실존하는 북한을 둔 채, 국제정세를 보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목청만 높여 북한을 매도해서야 과연 철도연결, 나아가 유럽과의 육로연결이 뜻대로 될 것인가.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란 것도 북한과 공동체로서 가능한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공해(公海)로 둘러싸인 섬보다도 못하다. 국방은 당연히 튼튼히 하되,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는 한반도에 긴장이 조장되어 어부지리처럼 동북아 허브 역할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계는 이미 요동치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는 큰 안목을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좁은 반도의 반쪽에서 이전투구나 하고, 남북에서 으르렁대고만 있을 것인가.

김 국 서경대 물류대학원 교수 kkim@skuniv.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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