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계와 통신업계의 선두인 국민은행과 SK텔레콤이 차세대 금융서비스로 떠오른 '모바일 결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SK텔레콤이 팍스넷을 인수하고, 서비스 시작 11개월 만에 자체 금융서비스인 '네모' 가입자를 205만명으로 늘리는 등 금융업 잠식을 가속화하자 견제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SK텔레콤 가입자에 대한 소액대출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는 한편, 네모 서비스에 맞서는 새로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국민은행 주도로 만들기 위해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 통신업자와 접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SK텔레콤 가입자 중 6개월 이상 연체가 없는 고객에 대해 최고 500만원까지 신용대출 해주던 '011, 017론'을 15일부터 중단키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서비스 중단 이유를 부실대출 증가로 밝히고 있으나, 금융기관에 도전장을 낸 SK텔레콤에 더 이상 협력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또 우리, 조흥, 제일, 외환, 하나, 한미, 경남, 대구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SK텔레콤 주도의 '네모' 서비스 동참을 거부하는 한편 네모 서비스에 참가하지 않은 신한은행, 농협과 공동으로 새로운 결제서비스 개발을 준비중이다. 국민은행이 SK텔레콤을 겨냥해 준비중인 서비스는 '이메일 뱅킹'과 '메신저 뱅킹' 서비스로 이메일 주소와 메신저 ID만 입력하면 은행 계좌로 연결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네모 서비스의 확산을 방치할 경우 모바일 결제서비스 주도권이 통신업체로 넘어가 은행은 통신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수수료 수입에 급급해 네모 서비스에 참가하기 보다는 은행 주도의 서비스를 개발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등 은행권의 압박에 대해 SK텔레콤은 "이동통신 단말기를 매개로 한 금융과 통신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SK텔레콤은 예정대로 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키워드 / 모바일 결제서비스란
휴대폰이나 PDA 등 무선 통신기기를 이용해 금융결제하는 것을 통칭해서 '모바일(Mobile) 결제'라고 부른다. 고객이 일일이 창구에 가지 않고 자신이 머문 자리에서 금융업무를 마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차세대 금융서비스로 떠오르고 있다. 초기에는 전자화폐나 휴대폰에 내장된 칩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자금이체나 송금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13일 현재 SK텔레콤은 제휴를 맺은 8개 은행의 계좌로 휴대폰을 이용해 소액자금 이체가 가능한 '네모' 서비스 회원을 205만여명, KTF는 신용카드 대용으로 사용하는 'K-머스' 회원을 20만명 가량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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