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턱이 높을 때는 증권사로 오세요.' 대출은 더 이상 은행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증시의 장기침체로 수수료 수입이 한계에 부닥친 증권사들이 앞다퉈 대출상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은 유가증권을 팔지 않고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증권사 입장에선 장기 투자를 유도하면서 이자 수익도 거두는 장점이 있어 갈수록 대출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신·동양종금·LG투자·동원·현대증권 등이 잇따라 대출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삼성·대우증권도 내년 초 시장진입을 목표로 상품 개발에 나섰다.■주식·채권 담보대출
증권사 대출상품은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과 비슷하다. 보통 주식 평가액의 50%까지 대출해 준다. 최근엔 기존 공모주 청약자금 대출 등과 결합한 통합 대출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LG투자증권은 최근 예탁 주식을 담보로 1년간 대출해주는 'ifLG 스탁론'(연평균 이자 7.5∼9.7%)을 선보여 두 달 만에 600억원의 대출실적을 올렸다.
대신증권도 9월 중순부터 1개월 이상 예탁된 주식을 담보로 평가금액의 50%까지 1년간(연평균 이자 10%)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개인은 5억원, 법인은 1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신증권은 5일부터 예탁증권 담보대출, 청약자금 대출, 매도자금 대출, 채권 담보대출, 주식매입자금 대출 등을 하나로 묶은 통합대출서비스 '스피드 론(Speed Loan)' 을 새로 선보였다. 대출금 2억원 이상은 연 8∼10%, 1억∼2억원 미만은 연 8.5∼10%, 5,000만∼1억원 미만은 연 9∼10%, 나머지는 연 10%의 금리가 적용된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달 14일 업계 처음으로 채권 담보대출 상품인 '마이론'(연평균 이자 6.5%)을 내놓았다. 전날 종가의 80% 한도 안에서 최고 5억원까지 빌려준다. 주식 담보대출(연평균 이자 9%)도 가능하다. 대신증권도 채권 대출상품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증권담보대출 전문기관인 한국증권금융은 4일부터 국내에서 처음 인터넷 증권담보대출을 시작했다. 주식, 채권, 수익증권, CD(양도성 예금증서) 등을 담보로 인터넷(www.ksfc.co.kr)을 통해 대출 받으면 창구대출 이자율(연 7.0∼8.5%)보다 0.1%포인트를 우대해준다. 연말까지 신청하는 신규대출 고객에겐 0.5%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깎아준다.
대출 한도는 최고 1억원까지며 개인만 받을 수 있다. 대출금이 1억원을 넘거나 법인이 대출 받으려면 영업점을 통해야 한다. 한국증권금융 증권담보대출은 지난해말 1,567건 1,604억원에서 지난달 말 현재 2,551건 2,744억원으로 증가했다.
■특징과 대출방법
증권사 대출 상품은 주식을 1개월 이상 예탁하는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절차는 은행 대출에 비해 간편하다.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 요구하는 보증서류 등이 필요 없고 인터넷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시중은행의 자동입출금기(CD/ATM)로 수시 출금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대출기간은 보통 6개월∼1년이며, 대출한도는 개인고객의 경우 3억∼5억원선이 일반적이다. 금리는 대출기간과 금액별로 차등 적용하는 곳이 많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금리를 깎아주기도 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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