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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단일화의지 정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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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단일화의지 정말 있나

입력
200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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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아침 국민통합21 여의도 당사. 당 대변인이 서둘러 마이크를 잡고 "잠시 후 후보단일화 논의의 걸림돌을 없애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았다. 곧이어 정몽준(鄭夢準) 후보측의 이철(李哲) 협상단장이 나타나 국민 여론조사와 양당 대의원 여론조사를 동일 비율로 하자는 단일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 단장은 노 후보와 정 후보측이 각각 국민 여론조사, 대의원 여론조사를 주장해온 점을 들어 "단일화를 위해 양보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양보'에 방점을 찍었다.하지만 민주당은 "대의원 여론조사 주장은 민주당의 반노(反盧) 성향 대의원을 겨냥하고 있다"며 통합21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결국 통합21이 내놓은 '히든 카드'는 단일화 걸림돌을 더 추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통합21은 당초 "실질 협상을 위해 협상안을 공개하지 말자"고 주장해 왔다. 때문에 갑자기 언론을 통해 협상안을 제시한 것은 대(對)국민 선전 공세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정 후보는 12일 아침에도 예고 없이 서둘러 기자회견을 갖고 노 후보와의 단독회담을 제의했다. 정 후보측은 11일 대의원 여론조사 방식을 내놓았다.

정 후보측이 다급하게 일일 1건식으로 카드를 제시하는 배경으로는 노 후보측의 선제 언론 공세를 빼놓을 수 없다. 노 후보는 양측 협상단 절충이 개시된 직후인 10일 순천에서 느닷없이 "TV토론을 거쳐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협상안을 흘렸다. 얼마 전까지 "경선은 단일화를 위한 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말해왔던 노 후보의 갑작스러운 유턴이었다. 이때 정 후보측에서는 "우리가 선수를 빼앗겼다"는 얘기가 나왔다.

양측은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며 단일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언론플레이' 경쟁을 벌이는 모습에서 그들의 단일화 의지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장군멍군 식 제안을 내놓으며 '핑퐁게임'을 벌이는 자세는 진지해야 할 논의를 퇴색시키고 있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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