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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급속 둔화 / 거품 억제책이 "소비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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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급속 둔화 / 거품 억제책이 "소비 발목"

입력
200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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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6%'라는 거시지표가 무색할 만큼 체감경기가 광범위하게 급랭하고 있다. 도·소매판매를 비롯해 자동차, 가전, 백화점 매출 등 주요 소비부문은 물론, 건설현장에 이르기까지 내수 전반에 성큼 다가온 한겨울 냉기가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전체 경기 차원에서 보자면 아직은 수출이 버텨주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선진국 경기의 둔화 등 지극히 불투명한 대외변수의 향방에 따라 수출마저 꺾일 경우에 대비해 이 시점에서 일정 수준의 내수 유지책이 가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수 둔화세 확산

최근까지 잇달아 시행된 가계대출 억제책과 부동산 대책, 승용차 특소세 환원조치 등의 '부작용'이 주요 소비재 부문 경기에서 예상보다 심각하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대표적 내구소비품목인 가전제품은 9월지표의 급락에 이어 당장 4분기 매출 감소가 확실해지는 상황이다.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4분기 매출은 크리스마스와 방학특수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 비해 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미 10∼11월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 상승에 그쳐 당초 예상치인 30%를 크게 밑돌았다"고 말했다.

백화점 경기를 반영하는 의류 소비도 주춤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의류시장 규모는 7조원대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5% 가량 줄 전망이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소비 위축으로 중저가 의류시장은 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승용차 특소세 환원조치에 따라 자동차 경기 역시 둔화세를 벗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정보CALS 팀장은 "10월 내수판매가 9월보다는 좋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 비수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11∼12월 판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경기를 주도했던 건설경기는 아파트시장 침체에 따라 생존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9월 건설수주와 기성이 각각 18.0%, 10.2% 감소세로 돌아섬에 따라 토목, 플랜트 등 비주택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 등 건축비중이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는 롯데건설 역시 토목, 플랜트, 턴키 등 비주택부문의 국내외 수주를 강화, 균형잡힌 사업구조를 편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책 딜레마 가중

내수의 급격한 둔화에 정부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만해도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급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인상론까지 나왔으나, 이 같은 우려가 미처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내수 급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중첩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선진국들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한국만 독야청청할 수는 없다"며 내수의 지속적 둔화가 이어질 경우 내수둔화→자산가치 하락→만성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진 일본식 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경제정책조정회의와 관련해 "10%를 넘는 임금상승률의 여파와 불안한 유가 등 인플레이션 요인이 남아있어 가까스로 성공한 '버블' 억제책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반면 경기 급랭 가능성도 큰 만큼 정책 선택에 극히 신중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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