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미국산 쓰레기 영화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에 한 번 중독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촌스런 그들'과 취향이 구분되는 것을 즐긴다. 1, 2편 순서가 바뀌어 국내 개봉됐던 '오스틴 파워'의 3편인 '오스틴 파워―골드멤버(Austin Powers In Goldmember)'. 이번에는 꽤 잘난 척을 했다. '미션 임파서블 2'를 흉내낸 영화 속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오스틴 파워, 기네스 펠트로가 그의 여인, 케빈 스페이시가 닥터 이블로 깜짝 출연한다. 스필버그도 이 장면에서 감독으로 얼굴을 내밀 정도니 '오스틴 파워'는 미국 영화인들의 유머 감각이나 언더그라운드적 취향까지 증명할 수 있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전작이 그랬듯, 이번에도 이야기는 단순하다. 오스틴 파워에게 연패의 아픔을 갖고 있는 닥터 이블. 이번에는 연금술의 부작용으로 온 몸에 금도금을 한 악당 골드멤버를 파트너로 맞아 오스틴 파워의 아버지를 납치한다. 남극의 얼음을 녹여 지구를 물에 잠기게 하려는 닥터 이블의 음모를 막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오스틴 파워는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를 마음껏 즐기려면 '양키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꽤 필요하다. 남극의 얼음을 녹이는 기계 장치이자 작전명인 'Preparation H'는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치질약이고, 자동차 'Shaguar'는 영국산 자동차 '재규어'와 2편의 제목에서 쓰인 'Shag('섹스'의 속어)'의 합성어. 클럽 이름 '오스틴 퍼시'는 늘 성적 욕망에 시달리는 '오스틴 파워'의 이름에 여성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를 합친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인종 편견과 정치적인 왜곡이 웃음의 또 다른 한 축이다.
'파더'를 '빠쌰'라고 발음하는 골드멤버를 통해 영국인의 딱딱한 영어 발음을 조롱하고 유색인종, 뚱뚱하거나 키가 작거나 못생긴 사람은 영락없이 모욕을 당한다.
성적 농담과 부도덕한 세계관이 3편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더욱 거슬리는 것은 1, 2편에서 보여주었던 재기발랄한 발상과 웃음으로 그 모욕감을 씻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스틴 파워의 유머는 동어반복적이며, 악당들의 캐릭터 역시 개량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오스틴 파워, 닥터 이블, 골드멤버, 팻 배스터즈 등 1인 4역의 마이크 마이어스의 변신은 언제 봐도 놀랍지만.
2편의 제작비 3,300만 달러의 두 배 가까운 6,300만 달러로 웃음의 함량은 절반 이하인 영화가 탄생했다. 성공한 B급 영화가 큰 자본을 만나면서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오스틴 파워'의 '모조'(정력)로도 그것을 막기는 역부족? 감독 제이 로치. 15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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