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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교수의 국제潮流]美·러 관계와 북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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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교수의 국제潮流]美·러 관계와 북핵문제

입력
200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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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외교를 보면 상황과 명분이 잘 조화된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나토의 동진, 미국의 NMD(국가 미사일방어체제) 결정과 ABM 탈퇴선언 등으로 도전을 맞았던 러시아 외교는 9·11테러를 계기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서 시작된 대테러 전쟁수행을 위해 러시아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급기야 구 소련 지역인 중앙아시아의 각국에 미군이 배치되었고 군수물자 수송에 시베리아철도가 이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냉전 종식 이후 초강대국가의 지위를 상실한 러시아로서 국제 사회에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러시아는 이렇게 형성된 미국과의 관계를 대이라크 무력 사용을 둘러싼 유엔 외교에서도 십분 활용하였다. 러시아는 유엔 논의 벽두에는 미국의 자의적인 대이라크 무력사용에 반대했으나 이라크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이익을 확보한 후에는 유엔의 대이라크 결의안에 동의하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했다.

러시아는 이라크 문제와 관련,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가져올 산유량의 증가와 이에 따른 세계 유가의 하락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이라크의 산유량을 증가시킬 경우 현재 배럴당 29달러의 세계 유가가 상당수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배럴당 18달러 이하는 견디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세계 석유시장에서 수출 점유율을 높이려는 러시아의 노력은 지난 7월 최초의 대미 석유수출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러시아는 이라크의 정유시설에 대한 수십억달러의 보수계약을 맺고 있어 만일의 사태가 날 경우 이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또 이라크 이란 등과 핵발전소 건설, 무기수출 등의 경제적 이해를 가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10월 모스크바 극장에서 일어난 체첸 반군의 테러를 가스투입으로 강경 진압한 이후 국제적으로 포스트-테러 외교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EU에 대해서는 체첸 문제가 러시아의 국내 문제임를 강조하고 있고, 미국에게는 체첸을 테러전쟁의 대상으로 인정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북한 핵무기에 대한 태도는 어떠할 것인가? 러시아로서 이라크 사태와 북한 문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라크 문제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과 연관되어 있다면 북한 문제는 정치적, 안보적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푸틴 이후 상실된 동북아 및 대북한 영향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빈번한 푸틴의 아시아와 북한 방문 및 정상회담 개최 등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극동지방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협력 방안을 구상 중이며 대표적인 것이 한국철도(KT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이다. 푸틴 자신이 말했듯이 러시아는 한국철도가 중국철도와 연결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철도 연결은 단순한 교통문제가 아니라 주변 지역에 대한 개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관계도 이라크와 같은 직접적이고 현실적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경제적 이해 때문에 북한 핵무기 문제를 두고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이런 입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발표 이후 러시아가 취한 태도에서 잘 나타났다. 러시아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북한 핵무기 개발에 관한 결정적 정보라고 인정하지 않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도 핵무기 개발에 대한 북한측의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렇게 볼 때 최근 긴밀해진 북한과의 관계 설정과 경제적 이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그들의 입장을 감안할 때 앞으로 러시아는 북한 핵무기 문제를 둘러싸고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통해 한반도 내지 동북아에서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고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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