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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이 오늘 부산에 열린다/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23일까지 10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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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이 오늘 부산에 열린다/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23일까지 10일간

입력
200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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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표영화제로 자리잡은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4일 개막한다. 예매 2분4초만에 매진된 개막작인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을 시작으로 23일까지 열흘동안 이어지는 뜨거운 영화여행. 지난해보다 25편이 늘어나 9개 섹션에 57개국 227편으로 규모도 역대 최대다.

■눈에 띄는 화제작

영국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블러디 선데이'는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영국 피터 뮬란 감독의 '막달레나 자매들'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칸 영화제 출품작인 켄 로치 감독의 '스위트식스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켄 로치, 이마무라 쇼헤이 등 세계 거장 11명이 9·11 테러를 소재로 만든 단편 연작 '2001년 9월 11일'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 영화의 중심 '부산'

부산영화제는 매혹적인 아시아 영화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는 12개국 34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중국 5세대 감독 티엔 주앙주앙의 '작은 마을의 봄'. 6세대 대표 주자 지아 장커의 '임소요', 발칙한 영상의 일본감독 츠카모토 신야의 '6월의 뱀',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영화의 증거인 아파르나 센의 '아이어 부부', 샤지 카룬 감독의 '니샤드',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의 '매춘녀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낯선, 그러나 매혹적인 영화들

콜럼비아 호르헤 알 트리아나 감독의 '나의 이름은 볼리바', 라트비아 출신 비스투르스 카이리스 감독의 '소년', 쿠르디스탄 야노 로즈비아니 감독의 '인생' 등 낯선 영화들의 매혹에 빠져 보는 것도 즐거운 일.

그래도 '한국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칸과 베니스에서 영광을 안고 돌아온 '취화선' '오아시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마리이야기'등 화제작과 더불어 '광복절 특사'(감독 김상진) '밀애'(감독 변영주) '질투는 나의 힘'(감독 박찬옥) '죽어도 좋아'(감독 박진표)도 관객을 유혹한다.

■특별전을 놓치지 마세요

양념을 뺀 담백한 진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다큐가 딱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아프간 알파벳', 노암 촘스키가 9·11 테러 이후의 세계 정서를 논하는 '파워 앤 테러'는 세계를 보는 색다른 시각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한국영화에서 전통적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가교 역할을 해온 김수용 감독의 회고전에는 '돌아온 사나이' '갯마을' '안개' 등 대표작이 소개된다. 재일 한국인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여온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전서는 한국인 살인범의 실화를 다룬 '교사형'을 비롯, '일본춘가고' '윤복이의 일기'등을 소개.

■부대행사

아시아의 영화 본산으로서 부산의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은 18∼20일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26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유치를 모색한다. 허우 샤오시엔, 진가신, 스탠리 콴 등 아시아 거장이 참여한다. 영화제 주관은 아니지만 19∼21일 부산영상위원회가 주최, 부산 해운대호텔에서 열리는 2회 부산국제필름커미션 박람회(BIFCOM)도 눈길을 끈다.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미국 호주 영국 독일 등의 41개 필름 커미션이 참여, 영화 공동 제작 및 제작의 노하우 공유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

■영화제를 즐기기 위한 준비

남포동에 밀집했던 주요 상영관이 해운대 메가박스 5개관으로까지 확대됐다. 지하철이 개통돼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부산에서도 이동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충전식 전자화폐인 '피프 캐시'를 이용하면 예매가 편리하다. 영화제 홈페이지(www.piff.org)나 부산은행 홈페이지(www.pusanbank.co.kr)를 통해 가상계좌번호를 받을 수 있다. 11일까지 전체 영화 예매율은 60%를 넘었으나 줄 서는 수고만 겪는다면 현매가 가능한 영화도 많다.

영화제 기간 중 부산에서 묵을 예정이면 부산 문화관광정보시스템(www.visit.busan.kr)에서 다양한 숙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준비했다면, 이제 마음을 비우자. 영화에 추억을 한 가득 담아오는 일만 남았으니까.

/박은주기자 jupe@hk.co.kr

■프로그래머 3人의 추천작 20편

질투는 나의 힘 (감독 박찬옥) 멜로의 경계를 사뿐히 뛰어넘는 창의적인 드라마.

죽어도 좋아 (박진표) 영화의 진정한 충격은 노인들의 성교라는 소재가 아니라, 그들의 사랑이 지닌 생동성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힘이다.

화려한 외출 (김수용) 여성의 성적 사회적 욕망과 무의식마저 지배하는 사회적 억압기제의 충돌을 절묘하게 극화한다. 시대를 앞서간 모더니즘 영화.

영매 (박기복) 죽음과 싸우지 않고 그를 포옹하려는 제의로서의 굿의 진정성과 양식미를 감동적으로 체험케 하는 다큐멘터리.

사라진 총 (루추안) 중국6세대 혹은 독립영화세대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감독의 데뷔작. 한 경찰이 잃어버린 총을 찾는 과정을 통해 중국인의 정체성을 묻는다.

여성교도소 (마니제 헤크맛) 여성교도소는 이란영화의 금지구역. 과감히 그곳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마침내 이란영화의 모든 금기를 깨어버린다.

맥두이야기 (토유엔) 귀여운 꼬마돼지 맥두의 이야기를 담은 홍콩의 애니메이션. 맥두와 어머니 모습은 홍콩의 평범한 서민의 삶을 충실히 담고 있어 더욱 사랑스럽다.

몽환부락 (청원탕) 대만의 고산족은 전형적인 소외계층. 그들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작품에 담아온 감독이 저예산에 무명 배우로 만든 독립영화로 대만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준다.

료마의 처, 그녀의 두번째 남편과 정부 (이치가와 준) 사카모토 료마라는 영웅의 사후를 통해 죽은 영웅보다 살아있는 범부가 가치있다는 '삶'의 의미를 일깨워.

몬락 트랜지스터 (펜엑 라타나루앙) 태국판 '돌아온 탕아'. 오랫동안 태국영화에서 사라졌던 뮤지컬의 전통을 부분적으로 부활시키고 있는 작품. 올 칸영화제에서 호평.

포로, 기다림 (모하마드 아흐마디) 오랜 세월 가족과 헤어져 있었던 이란―이라크 전쟁포로의 기다림을 시네포엠 형식으로 담은 작품. 올해 아시아 다큐멘터리 중 가장 눈부신 수작.

엘리아나 엘리아나 (리리 리자) 인도네시아 독립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영화. 갈등 끝에 이해와 화해에 이르는 모녀관계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지옥 같은 우리집 (수잔 타슬리미) 우리의 선입견과 차별의식을 꼬집는 유쾌한 가족 멜로 드라마.

뻐꾸기 (알렉산드르 로고슈킨) 러시아 영화의 자존심 로고슈킨의 전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

열망 (이안 딜테이) 파스빈더와 베리만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놀라운 데뷔작.

월요일 아침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노대가의 녹슬지 않은 익살과 부조리 그리고 유머가 가득한 영화.

금요일 밤 (클레어 드니) 교통체증 시퀀스가 인상적인 우아한 영화.

8명의 여인들 (프랑수아 오종)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들을 만나는 즐거움.

러시아 방주 (알레간드르 소쿠로프) 한 개의 쇼트로 한편의 영화를 찍는 히치콕의 꿈을 실현시킨 영화.

마이 빅 팻 그릭 웨딩 (조엘 즈윅) 당신이 그리스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프로그래머 김지석 전양준 허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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