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가 끝날 즈음이면 각 프로구단은 성적을 놓고 감독의 잘잘못을 따지게 된다. 극적인 승부로 챔피언이 결정된 프로야구와 막판에 접어든 프로축구의 18개 구단 중 몇 구단은 이미 새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다. 미국 프로리그에서는 단장을 문책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개 저조한 성적에 대한 책임은 감독에게 묻는다. 팀 스포츠에서는 감독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국내 프로야구도 초창기에는 감독의 위상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툭하면 희생양이 되는 감독에게 어떤 대우를 해줘야 할지, 또 감독은 어떤 그릇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논란이었다. 감독이 맡는 일의 비중이나 조직체계로 볼 때 중역급임은 분명한데 단장급이라는 의견과 그 이상이라는 쪽으로 주장이 갈렸다.
단장급 이상이라는 논리는 이랬다. 프로구단의 최우선 과제인 승률을 만드는 선수에 대한 인사권을 감독이 전적으로 행사한다. 또 감독휘하에 있는 인원이 구단조직 총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구단예산의 대부분이 선수단에 투입된다. 고로 감독의 위치가 단장보다 높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한 반박 논리는 프로구단은 사업이라는 기본을 깔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파는 게 더 중요하다. 돈을 못 벌면 선수단을 무슨 수로 운영하느냐. 고로 감독은 생산라인 책임자급이라는 주장이었다.
논란의 핵심은 따지고 보면 국내 프로구단의 실적을 성적만 놓고 평가하는 데 있다. 즉 팀 성적이 모든 사업실적에 우선하고 성적에 대한 책임을 감독이 전적으로 진다면 위험부담에 합당한 대가가 감독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승률보다 수입에 더 비중을 두는 빅리그 구단들도 성적으로 감독역량을 평가하고 성적 나쁜 감독은 가차없이 목이 잘 잘린다. 다만 감독도 선수처럼 구단가치를 형성하는 요인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 또 약체 전력으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점 등이 차이라면 차이다.
흔히 전쟁터의 장군과 프로구단 감독을 역할상 동격으로 놓지만 패장과 진 감독에 대한 평가는 달라야 한다. 장군은 작전상 삼십육계가 가능하지만 약 팀 감독은 규칙상 도망도 못 가고 앉아서 져야 하는 괴로움이 있다. 챔피언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때 팀 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감안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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