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냉온탕을 오가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 간 갈등의 뿌리에는 우선 돈 문제가 있다. 노 후보가 대선후보에 당선된 5월부터 불협화가 시작됐다. 한 중도파 최고위원은 "당시 노 후보측은 경선 당시 개인적으로 활용했던 비서, 참모들의 월급까지 당에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한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단이 이를 거부했고 양측 간에 몇 차례 고성이 오가는 언쟁까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 뒤 후보실로 정식발령을 받은 직원들의 급료만 당이 지급하고 나머지 인원의 인건비 등은 노 후보가 개인적으로 대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 정도는 연습게임에 불과했다. 선대위가 구성돼 노 후보가 전국적인 사실상의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자금의 조달과 운영에 대한 이견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노 후보측은 "당에서 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서류 없는 회의를 위한 선대위 본부장들의 노트북 구입 자금조차 당에서 나오지 않아 선대위원장이 개인적으로 3,000만원을 조달했다"고 주장한다. 한 선대위 간부는 "당 후원회에 지금 20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는데 당에서 내놓질 않고 있다"며 "심지어 당측에서 선대위에 건별 영수증을 요구하는 등 위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한 대표측은 "선대위를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이 만든 당정 분리당헌 어디에도 재정권 이양 규정이 없다"며 "대선에서는 항상 후보가 선거자금을 만들어 써 왔다"고 반박한다. 한 당직자는 "노 후보측이 당에서 돈을 안 준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선대위가 요구한 돈이 나가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고 10억원 정도가 선대위로 지급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에 돈이 없어서 지구당 활동비는 물론 당료들 월급도 제 날짜에 주지 못하고 있다"며 "10월분 급료도 당 사무처에서 6억원을 임시 변통해 간신히 지급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당직자는 "노 후보가 지방에 한 번 갈 때마다 수 백 만원에서 1,000만원 가까이 돈이 들어가는데 모두 당에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탈당사태의 배후라는 설도 양측 갈등을 부추기는 쟁점이다. 노 후보측은 "한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캠프를 지휘했던 김원길(金元吉) 박상규(朴尙奎)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엔 한 대표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조성준(趙誠俊) 의원까지 후단협에 간여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대표측은 "김·박 두 의원은 정치적 소신과 지역구 사정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한 측근은 "한 대표는 조 의원의 움직임을 알고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며 "탈당 문턱까지 갔다가 한 대표의 설득에 단념한 의원들도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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