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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2002](6)기업·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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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2002](6)기업·산업정책

입력
200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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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기준경제정책 검증의 첫째 기준은 1인당 소득으로 대표되는 국민의 후생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정책에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생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소득만 급증한다면 이는 사회통합을 해쳐 결국 소득증가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사회통합 유지에 바람직한가 여부가 둘째 기준이 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국가경쟁력을 정의할 때 국민후생 수준과 사회통합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어 필자가 설정한 두 가지 기준은 이와 일맥상통한다.

우선 재벌 정책에서는 첫째로 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기업활동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둘째로 독과점을 방지하고 공정거래를 유지한다는 경쟁적 시장경제의 원칙을 고려하였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민영화에 대해서도 첫째 기준으로 한국 공기업의 국제 경쟁력이라는 잣대를 적용할 것이다. 또 공공부문의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둘째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의 경제나 자연독점 등 공기업의 존재이유와 관련된 측면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중소기업·벤처정책과 관련해서는 국민경제의 총체적 경쟁력을 위해서도 대기업과는 다른 중소·벤처기업이 필요하고 이들 기업이 사회통합의 유지와 균형적 경제발전에도 중요하다는 시각에서 우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들어가는 자원이 과도하면 경제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을 함께 볼 것이다. 지원정책의 기회비용을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정책

기업의 기본적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한다는 면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비정상적으로 강한 규제 정책이다. 하지만 규제론자들은 출자총액제한을 푸는 것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과 같이 개인적 지분은 작지만 오너 경영자가 계열사간 순환 소유를 통해 거대 '제국'을 통제하는 기업지배구조를 최근 문헌에서는 '소수자 통제기업'이라고 부른다. 이런 구조에서는 오너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도 과다하게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는데, 이 때 오너의 판단을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책임은 기업에게 있는데 정부가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있다. 경영자의 투자 실패로 기업이 손해를 입으면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권익을 찾으면 되고, 이것이 시장경제의 원칙과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존속 여부는 소액주주 보호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도와 맞물려 있다. 이 점이 개선되면 결국은 필요가 없는 제도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회창 후보가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반대 또는 단계적 폐지 입장이면서 동시에 집단소송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상대적으로 정몽준 의원은 총액제한제도에 대해 한시적 유지, 집단소송제도에 대해 찬성을 표시해 출자총액제한제를 결국은 폐지하되 그 폐해는 집단소송제도로 보완한다는 식의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 찬성, 집단소송제 찬성,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 반대라는 입장에 서 있어 가장 규제지향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행태를 고려할 때 노 후보의 입장이 수긍은 가지만, 집단소송제가 활성화하면 출자총액제한제를 대폭 완화 또는 폐지할 수도 있다는 상호 논리관계에 대한 인식은 부족해 보인다.

권영길 후보의 재벌정책은 재벌해체라는 말로 종종 표현되는데, 권 후보는 이 말이 기업을 해체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황제경영을 혁파한다는 것임을 강조한다. 출자총액제한이나 집단소송제로는 황제경영을 종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이 소유와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집단소송제나 출자제한제도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도 많다. 소액주주들은 자신의 권익을 위해 비용을 들여가며 소송을 하기가 어렵고 다른 사람들이 행동에 나설 때 '무임승차'하려는 동기가 크다. 이에 비해 기업의 당사자 중 하나인 노동자가 소유와 경영에 참여하면 기업 투명성 제고 효과는 보다 직접적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소유·경영 개입은 기업경영 및 경쟁력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권 후보의 정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아울러 제시해야 한다.

■민영화 정책

공기업 민영화에 가장 반대하는 후보는 권영길 후보이고, 가장 찬성하는 후보는 이회창 후보이다. 권 후보는 민영화 반대를 가장 분명하고 포괄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며,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민주적 정부가 들어서서 낙하산 인사 등과 같은 악습을 타파하면 된다고 본다. 그러나 권 후보는 공기업의 소유구조나 독점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을 염두에 둔 정책 처방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권 후보와 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이 후보는 반드시 국가가 소유할 필요가 없는 공기업은 원칙적으로 다 민영화한다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는 이 후보에 비해 약간 왼쪽에 서 있다. 그는 민영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항상 민영화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다소 유보적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공익성이 있는 기간산업을 섣불리 민영화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소유제도를 꼭 바꾸지 않고서도 자율성을 확보한 가운데 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를 기용하면 공기업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과 사기업의 효율성 논쟁은 경제학에서 해묵은 논쟁 중의 하나이다. 이론적으로도 어느 쪽이 항상 우월하다는 결론이 없다. 다만 한가지 널리 받아들여지는 명제는 소유구조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얼마나 경쟁압력을 받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유기업도 경쟁압력을 받고 성과에 대해 책임지는 전문경영인이 있으면 효율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볼 때 같은 경쟁 압력을 받더라도 공기업이 사기업보다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공기업의 적자나 비효율성이 누적되고 있으며 각종 개혁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향이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민영화나 공기업 유지, 그 어느 쪽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각 후보가 현재 공기업 부문의 효율성 정도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 쪽이 더 적극적인 개혁 정책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이런 저런 경쟁 압력에 노출되어 있는 공기업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넓게 본 공공부문', 즉 정부 산하기관, 금융공기업, 출연기금 문제까지 고려해서 민영화 문제를 보고 있는 이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가장 깊은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측은 독립적인 민영화 추진기구의 설립과 그 추진 방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 안을 제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정책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는 재벌 주도의 경제성장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성장 원천을 필요로 했다. 벤처기업의 육성은 이러한 필요에 부응한 대표적 경제정책의 하나이다. 그러나 벤처의 거품이 빠지고 각종 비리가 드러나면서 벤처라는 말은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차기 정부에서 벤처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펼 것인가도 중요한 관심사이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현 정부가 취한 벤처 육성정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 위에서 미비점이나 부작용을 개선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이회창 후보는 현 정부의 벤처정책이 지나친 직접 개입으로 인해 잘된 것보다 잘못된 것이 많았다고 본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 후보 모두 한국경제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벤처기업이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지적되어야 할 점은 벤처캐피탈이 투자자본을 적절한 기간 내에 회수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 코스닥 시장의 상장요건이 아닌 퇴출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한 세 후보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벤처캐피탈에 대한 규제 완화는 노 후보가 강조하고 있고, 코스닥 진입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퇴출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은 정 후보측에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이러한 측면보다는 벤처 지정제도 폐지 등 정부의 직접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총평

재벌 정책에서 출자총액제한제와 집단소송제에 대한 입장은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인데, 네 후보 모두 집단소송제가 강화되면 출자총액제한은 필요 없어진다는 논리적 연결 구조에 대한 인식은 약한 것 같다.

이 후보는 둘 다 반대하고, 노 후보는 둘 다 찬성하는 식이다. 공약의 내용이 경쟁력이나 시장원리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에서 선택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도 현재 이들 기업이 생존과 경쟁 차원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냐 보다는 현 정부의 벤처정책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를 더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근(李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미국 UC버클리 박사·영국 애버딘대 조교수

■핫이슈 / 농산물 개방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 중의 난제는 농산물 개방 협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협상 일정에 따라 당장 내년 3월에는 관세인하 수준 및 방식 등 분야별 협상원칙이 정해지고, 9월까지는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제출해 2004년 말까지 협상을 최종 마무리해야 한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쌀 협상에서 경험했듯이, 농산물 개방협상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현안이다.

이번에도 최대 관심은 쌀이다. 2004년 말까지 개방여부가 결정된다. 대만이 이미 관세화를 통한 개방을 선언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 협상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지역별 자유무역협정(FTA)의 파고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FTA에서도 경쟁국들에 비해 뒤쳐져 있다. 다자 협상에서의 거센 개방압력과 지역 FTA에서의 소외로 자칫하면 국내 시장은 내주고, 해외 시장마저 뺏기는 형국이 초래될 수 있다. WTO 체제에 편입돼 있는 한 개방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문을 활짝 열 수도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대선 후보들도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후보들의 발언은 장소와 상황에 따라 일관성을 잃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한 토론회에서 "쌀 시장 개방은 불가피한 대세"라고 했다가, 최근 한 농민단체 모임에서는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몽준 후보도 쌀 개방을 대세로 받아들이고 농가소득 보전, 식량안보 대책 등 실질적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나, 역시 농민단체 모임에서는 "시장개방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태도를 달리했다.

노무현 후보는 농산물 개방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 입장이 강하다. 농업은 시장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선 안되며, 농업의 다기능적 역할을 감안할 때 정부가 농업투자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영길 후보는 농업개방 반대 입장을 보다 분명히 밝히고 있다. 농가부채 해결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공약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약과 주장은 농산물 개방에 대한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농민 표를 의식한 수사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정책을 만든 사람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산업·재벌·기술 분야 공약은 당의 경제통 의원들과 학계소장파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냈다. 당에서는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만제(金滿堤) 의원, 코오롱 사장을 지낸 이상득(李相得) 의원 등이 기본 방향을 잡았고,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과 이 후보의 경제 특보인 최경환(崔炅煥) 전 한국경제신문 편집부국장 등이 구체적인 공약으로 엮었다. 학계에서는 김종석(金鍾奭) 홍익대 교수, 강명헌(姜明憲) 단국대 교수가 정책 개발을 도왔다. IT 분야 정책은 서상기(徐相箕) 전 기계연구원장, 이원영(李元暎) 전 대통령 과학기술비서관이 도맡다시피 했다.

이부영(李富榮) 김부겸(金富謙) 이성헌(李性憲) 의원 등 개혁 성향 의원들은 재벌의 은행 소유, 출자총액제한 제도 문제와 관련한 정책이 지나치게 재벌쪽으로 기우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이 분야 공약은 유종일(柳鍾一 ) 한국개발연구원(KDI) 대학원 교수팀의 아이디어를 받아 임채정(林采正) 당 정책위 의장이 완성했다. 특히 노 후보를 후보 경선 때부터 도왔던 유 교수는 재벌정책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정세균(丁世均) 선대위 국가비전21 위원회 본부장이 이끌고 있는 자문교수단은 여기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공약이 구체성을 띠도록 했다. 한국일보 경제부장을 지낸 이병완(李炳浣) 정책위 부의장과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출신 정만호(鄭萬昊) 정책위 수석전문위원도 정책개발에서 실무 역할을 맡았다.

또 정보화 분야에서는 윤영민(尹英民) 한양대 교수의 도움이 컸고 선대위 인터넷선거본부를 맡고 있는 허운나(許雲那) 의원의 역할이 상당했다.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이게 된 데는 전성철(全聖喆) 정책위의장과 구본호(具本湖·전 KDI원장) 고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무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전 의장은 정 후보에게 재벌개혁 방안을 건의, 약속을 받아냈다. 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제한제 도입 공약도 두 사람의 작품이다. 사외이사를 전체 3분의 2로 늘이자는 공약은 정 후보 스스로 제안했다.

산업정책은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이성량(李成樑) 동국대 국제학과 교수가 총괄하고 있고,구수길(具秀吉) 박사는 정책자료를 수집, 집대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설성수(薛晟洙)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경제 및 산업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컴퓨터사이언스 전문가인 김병일(金炳一) 동덕여대 교수와 최화순(崔華洵) 전 포항공대 교수 등은 IT산업 육성방안과 벤처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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