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개로왕이 꿈에 한 여인을 만난다. 잊지 못해 애써 찾아보니 그 여인은 이미 결혼한 몸. 왕은 도미의 아내 아랑을 차지하기 위해 도미의 눈을 도려내고 추방하지만, 아랑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아름다운 얼굴을 갈대로 긋고 추녀가 되어 남편과 함께 떠난다. 왕이 사랑의 욕망으로 미쳐가는 동안 적군이 쳐들어온다. 절망한 왕은 자결한다.15일부터 12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몽유도원도'는'삼국사기'의 도미부인 설화에서 가져온 지독한 사랑이야기다. 최인호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국내 창작뮤지컬의 최고 흥행작 '명성황후'를 만든 에이콤이 해외진출을 목표로 예술의전당과 함께 제작한 야심작. 명성황후를 잇는 또 한 번의 신화가 탄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이콤 대표인 연출가 윤호진을 비롯해 박동우(무대) 김희갑(작곡) 서병구(안무) 이영희(의상) 등 '명성황후'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윤호진은 " '몽유도원도'는 동양적인 러브스토리의 뮤지컬"이라며 "꿈 속 같은 환상의 무대와 간결한 색의 미학으로 21세기의 동양미가 듬뿍 담긴 우리만의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특히 역점을 둔 것은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대다. 흘러가는 강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바닥에 트랙 5개를 깔고 갈대 1만개로 무성한 갈대밭을 꾸민다.
뮤지컬 스타들을 모았다. 질투와 애욕으로 파멸하는 개로왕 역에 '드라큘라' '유린타운' 등에서 성가를 높인 김성기가 일찌감치 낙점됐다. 아랑 역은 2명. 오디션에서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관록의 배우 김선경, 최근 '오페라의 유령'으로 떠오른 이혜경이 더블 캐스팅됐다. 아랑의 남편 도미 역은 '젊은 베르테르의슬픔'에서 열연했던 서영주가 맡는다.
조선 초기 화가 안 견의 '몽유도원도'에서 따온 제목은 삶도 사랑도 결국 한바탕 꿈과 같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 꿈은 얼마나 치명적인가. 안평대군이 꿈에 본 무릉도원, 그가 꿈꿨던 유토피아를 그려낸 안 견의 그림처럼 몽환적인, 그러나 끝내 놓아버릴 수 없는 모질고 강한 사랑이 무대를 할퀼 예정이다. 제작진은 관객의 가슴에 상처를 입힐 준비를 마쳤다. (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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