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공인중개사 등 이른바 '사'자 달린 전문 자격증 소지자가 넘쳐나고 있다. 올들어 변호사는 5,000명대를, 세무사는 1만명, 공인회계사는 8,000명대를 돌파했다. 공인중개사는 1985년 제도도입 이후 133만명(지난해까지 취득자 12만7,000명)이 응시, 전 국민의 자격증이 됐다. 이 결과 같은 직종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직종내 경쟁을 넘어 직종간 영토 쟁탈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부 전문직 단체는 영역을 지키기 위해 대선 주자에게까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사'자 자격증이 귀하던 시절에는 '자격증=업(業)'이 되고 안정적인 일거리가 절로 쏟아졌지만 지금은 좋은 직장, 고수익을 위한 많은 수단 중 하나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남아도는 '사'자 자격증
1996년 500명에 불과하던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매년 100명씩 증원되면서 변호사 수도 5,000명대(10월말 현재 5,072명)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의 수입원인 각종 민·형사 사건 수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1인당 수임건수는 96년 60건에서 지난해 41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 결과 포화상태인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운영비를 대지 못해 사무실을 폐쇄하는 변호사도 생겨나고 있다.
공인회계사 취득자도 96년의 두배에 육박하는 8,600여명으로 급증, 본업인 외부감사 회사수가 공인회계사 1인당 2.8개에서 1.7개로 감소했다. 3∼4년전만 해도 일등 신랑감이었던 공인회계사 합격자들은 실무수습을 시켜주겠다는 기업이 없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자리를 확보해달라"며 정부에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직중 연간 소득신고액(1인당 5억1,700만원·2000년 기준)이 가장 많은 변리사들도 정부의 합격자 확대 정책으로 2년여만에 두배 가까이(현재 2,052명) 늘어났다며 공급과잉을 호소하고 있다. 세무사는 선발방식을 정원제에서 과락제로 전환하면서, 2000년말 8,514명에서 지난해말 9,299명으로 800명 가까이 늘었고, 공인중개사도 취득자가 늘어나면서 부동산중개업소가 99년말 4만4,428개에서 올 6월말 5만5,114개로 20% 증가,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전문직종간 영토싸움
제한된 시장에 공급이 늘면서, 다른 직종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도 늘어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세무사회는 공인회계사·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이 급증하면서 이들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주고 있는 현행 세무사법 개정을 위한 국민서명을 받고 있다. 세무사회는 이를 토대로 대선 주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한편, 변호사 영역인 세무소송 대리권을 세무사에게 부여하는 것도 요구할 참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회계시장이 회계법인 위주로 재편되면서 세무사로 등록, 세무기장·세무상담으로 먹고 사는 공인회계사들이 증가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등록 세무사중 공인회계사 비중은 지난해말 현재 48%(4,455명)에 달한다.
이와함께 짭짤한 수익을 보장하는 특허출원 대행업무를 노리고, 변리사로 등록하는 변호사(시험 면제)들도 늘고 있어, 변호사와 변리사간 다툼도 치열하다. 10월말 현재 특허청에 등록된 변리사중 변호사 숫자는 1,069명(52%)으로 2000년말보다 513명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한 변호사가 "부동산중개도 일반 법률사무에 속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변호사에 대해서도 부동산중개업무를 허가해야 한다"고 행정소송을 제기, 공인중개사협회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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