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12일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자신을 비난해 온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을 직설적으로 비판, 한때 "한 대표가 '최후의 오찬'을 가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노무현 후보가 여러 행사에서 '대통령 측근들의 흔들기'를 강하게 주장한 터여서 양측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음을 알게 했다.여의도 63빌딩서 이뤄진 이날 간담회는 한 대표가 정균환(鄭均桓) 총무의 건의를 받아 정기국회 종료에 맞춰 소속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의원 45명이 참석,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한 대표는 "정치하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곤혹스러운 한 해였다"며 "대표로서 유감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런 여건 속에서 당을 지켜야 하느냐는 자괴감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나에 대한 불만을 들으며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면서 "선대위측이 당에서 돈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하지만 내가 계산해 보니 노 후보가 후보로 확정된 뒤 당에서 지급된 돈이 10억원이 넘었다"며 민감한 사안인 돈 문제를 꺼냈다.
이러자 행사장에는 긴장감과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으나 한 대표는 개의치 않고 "나는 당비 2억5,000만원을 냈지만 노 후보는 단돈 1원도 당에 갖고 온 적 없다"고 노 후보에게 직접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또 "선거가 끝나면 선대위의 외상도 모두 당으로 돌아온다"며 선대위의 재정권 이양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탈당 사태에 대해 "표를 모아야 하는데 색깔부터 비교해서 네 것 내 것 찾는 분위기 속에선 단결할 수 없었다"며 노 후보측의 편 가르기를 지적했다.
한 대표가 5분여 동안의 인사말을 마치자 노 후보측의 김경재(金景梓) 선대위 홍보본부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노 후보가 없는 자리에서 대표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비공개로 계속된 모임에서 송영길(宋永吉) 의원도 "후보를 흔들면 당이 단결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김경재 의원은 선약을 이유로 행사장을 나서면서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이해할 수 없다, 유치하다""정신 없는 사람"이라고 한 대표를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의해 '노―한 결별 임박'으로 해석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식사 도중 기자들과 따로 만나 "선대위측의 불만에 대해 해명을 한 것 일 뿐"이라며 "우리 후보로 단일화가 성공했으면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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