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실적 저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스닥 기업들 사이에 주가관리 비상이 걸렸다. 코스닥 기업 상당수가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주가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주가 하락을 방치할 경우 투자자들의 압력이 거세질 뿐만 아니라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주가가 액면가의 20% 이하로 떨어지면 퇴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올들어 코스닥시장 등록기업 가운데 19개사가 퇴출됐고 9개 기업은 부도로 쓰러졌다.
코스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의 코스닥 탈출도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한국콜마, 신세계건설, 교보증권, 삼영 등 7개사가 거래소로 옮겼으며 국보디자인, 비티씨정보, 엔씨소프트 등 15개사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내우외환 코스닥기업
코스닥 등록기업인 A사의 K사장은 요즘 투자자들의 전화 공세로 업무를 제대로 못 볼 지경이다. 그는 "등록시점에 공모가의 10배를 웃돌던 주가가 액면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휴대폰 번호까지 알아내 자신들의 보유 주식을 사달라며 압력을 가해 전화를 받기가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을 되사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스닥 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자금난이다. 주가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신사업을 펼치거나 마케팅을 강화하려해도 자금이 없어 손을 못쓰는 상황이다. 2∼3년 전 코스닥 등록 때 공모주 청약으로 끌어 모은 돈은 이미 바닥났고, 외부 자금을 끌어오려 해도 투자업체의 외면으로 돈줄이 마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부 창투사들은 올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액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당초 목표로 잡았던 벤처 투자액수를 59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낮췄다. 무한투자는 벤처투자 목표치를 770억원에서 300억원 이하로, KTB도 1,070억원에서 640억원으로 줄였다.
내년 자금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내년 예산안 중 벤처투자 지원금이 대폭 삭감돼 정부지원금을 벤처투자의 종자돈으로 활용해온 창투사들의 투자액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농림부는 당초 계획한 50억∼100억원이 전액 삭감돼 벤처투자에서 손을 떼야 할 형편이며 정보통신부도 450억원 중 150억원만 반영됐다.
■자구책 마련 부심
이처럼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코스닥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익모델 부재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인터넷업체 F사는 인건비 삭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용자들의 반대를 무릅쓰며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보안업체 H사는 자금 마련을 위해 분당에 건립한 신사옥을 임대주고 셋방살이를 택했다.
소프트웨어개발업체 C사도 상당수 직원을 정리했으며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본업과는 동떨어진 신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솔루션업체 D사는 거꾸로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을 중단하고 수익이 발생하는 휴대폰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때 주목받는 보안업체였던 A사는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소문과 함께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아직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은 경영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자금사정이 좋지않은 기업은 적극적인 기업공개나 홍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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