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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保-革 "칼날"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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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保-革 "칼날" 대치

입력
200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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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 내 행정,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개혁파와 사법부 및 군부,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 보수파 간의 힘겨루기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개혁파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파의 막강한 권한에 막혀 개혁노선이 번번이 좌초됐으나, 최근 의회를 중심으로 사법부의 절대권한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하메네이는 11일 "개혁―보수 간 갈등으로 정치적 교착상태가 발생할 경우 '민중의 힘' 에 호소하겠다"며 이례적인 강력한 어조로 현 사태를 경고, 정부가 느끼는 체감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반증했다.

▶칼 빼든 개혁파 의회

의회(마즐리스)는 10일 사법부 및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국가기관의 결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보류시킬 수 있는 권한을 하타미 대통령에게 부여키로 승인했다. 압도적으로 통과된 이 법안은 앞서 6일 보수파의 초법적 기관인 혁명수호위원회 의 대선 후보 심사권한을 삭제하는 법안을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의 후속 조치여서 보수파가 어떤 대응 카드를 내놓을 지가 관심사다.

의회의 움직임은 하타미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개혁파 지식인인 하가 아가자리 테헤란 대학 교수가 배교(背敎) 및 이슬람 성인을 모욕한 혐의로 6일 사형선고를 받은 뒤 더욱 급물살을 탔다. 테헤란에서는 많은 동료 교수들이 사임을 표명했고 아가자리 교수의 제자 2,000여 명이 수업 거부에 들어가는 등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의회 개혁파 의원 2명도 사직서를 제출해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보수파의 행보가 관건

의회의 잇단 개혁법안이 법으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크다. 법안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혁명수호위원회가 자신의 권한을 스스로 제한하면서 의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의회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위원회는 지난 2년 간 "이슬람 율법과 헌법에 배치된다" 는 이유로 50건이 넘는 법안을 사장시켜 왔다.

문제는 위원회가 이 법안에 대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벌어질 파장이다. 절차상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전 대통령이자 보수파의 거장인 하셰미 라프산자니가 이끄는 조정기구인 촉진위원회가 이를 재심할 수 있으나 여기서 심의가 뒤집힐 여지는 거의 없다. 결국 하메네이가 직접 개입,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젊은층이 개혁세력의 원동력

의회의 강력한 조치는 1997년, 2001년 두 차례 대선에서 하타미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음에도 보수파에 막혀 개혁정책이 거의 빛을 보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개방적인 사고가 중요한 요인이다. 6,500만 인구 중 3분의 2는 베이비 붐 세대가 주도하는 30세 이하의 젊은 층으로, 정부는 혁명 당시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강력한 출산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70% 이상이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젊은층이 정치적 목소리를 가진 계층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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