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들이 끔찍하게 피살된 정황이 명백해짐에 따라 이들의 실종 당시 그랬듯 또다시 재연된 경찰의 축소성 수사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경찰은 유해가 발견된 9월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가 오고 바람부는 산길을 헤매다 길을 잃어 밤사이 저체온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현장조사조차 채 이뤄지기 전에 성급하게 나온 '희망' 섞인 이 발표 이후 경찰의 수사방향은 유족들의 '살해 후 암매장' 주장에도 불구, 줄곧 자연사를 입증하는 방향으로만 맞춰졌다.
김영규군의 옷에서 발견된 일(一)자형 매듭 등 7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태권도를 배운 소년들이 도복 띠를 맨 형태와 유사하다"는 등 궁색한 이유를 들어가며 애써 외면했다.
그 뒤 실종 1년2개월여 후 유골발굴현장 인근 4∼5m 지점의 묘지가 이장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4년 전에는 공공근로사업 인부 수백명이 50㎝도 채 떨어지지 않은 나무의 밑둥을 쳐내면서도 유골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의혹이 속속 제기됐다. 그 때도 경찰은 "낙엽이 떨어지고 폭우로 흙이 덮여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버텼다.
지난달 25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도 경찰은 "살해동기가 없다"며 수사 조기종결만을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유골 발견 전날 언론사에 현장을 제보한 40대 남자도 형식적 조사를 거쳐 하루 만에 돌려보내졌다.
경찰은 12일 전혀 '기대'와 달리 나온 경북대 법의학팀의 감식결과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91년 소년들의 실종을 단순가출로 치부했던 경찰은 11년여 후 타살을 저체온사로 몰고가는 복제판 축소수사로 유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았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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