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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미국은 전쟁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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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미국은 전쟁전야

입력
200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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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서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11일 오전 미 재향군인의 날 행사가 열린 워싱턴의 내셔널 몰 주변. 1950년 18세의 나이로 한국전에 참전한 노병 존 노박(70)씨는 19명의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 조형물 곁을 떠날 줄 몰랐다.낙동강 전투를 시작으로 원산까지 진격했다는 그는 "한국은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악몽을 꾸게 하는 끔찍한 전쟁터였다"고 술회했다.

맞은 편 베트남 참전 기념비 앞. "사담 후세인은 제거돼야 합니다."19세 때 베트남전에서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프레드 테메스(50)씨는 기념벽에 새겨진 전우 두 명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전장이 나를 부르면 기꺼이 나가 싸울 겁니다"고 말했다.

이날 이른 아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베트남전 기념비를 찾았다. 그는 기념비 앞에 조그만 성조기를 내려놓고 알링턴 국립묘지로 향했다.

'순례'의 메시지는 곧 확인됐다. 그는 참전용사 초청 백악관 리셉션에서 "후세인의 게임은 이미 끝났다"며 "필요하다면 최대 병력과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8일 유엔의 대 이라크 결의안 승인 후 미국은 온통 전쟁분위기다. CNN 방송은 이라크 보도의 자막을 '쇼다운(결판)'에서 '카운트다운'으로 바꾸었고, 폭스 TV의 자막은 아예 '타깃 이라크'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도 연일 전쟁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유엔 결의안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해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미국민은 18%에 불과하다. 82%는 이미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의 무기사찰이라는 요식행위가 끝나면 또 다른 전쟁 버튼을 누를 태세다. 그리고 그 명분은 앞선 전쟁처럼 자유와 세계평화가 될 것이다. 이날 내린 폭우는 미미한 반전의 목소리마저 앗아가 버렸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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