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당국간 철도연결 합의를 계기로 한국철도(TKR)와 러시아철도(TSR)를 연결하는 대륙간 철도교통망 복구가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일보사와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는 철도연결을 앞두고 한반도가 대륙으로 웅비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한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지역의 공동체형성 가능성 타진을 위해 4일 시베리아철도의 중심 거점인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시베리아지역간 경제협의체인 '시베리아 협약'과 공동으로 'TKR-TSR연결과 유라시아지역공동체 형성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양국 참석자들은 철도연결 문제가 단순히 경제적 득실을 따지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한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지역간 사회·문화적 유대강화로 승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노보시비르스크=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기조연설
하용출(河龍出) 서울대국제문제연구소장
경의선 동해선 연결사업은 역사적인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의 가장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될 것이며 남북한의 경제협력과 한반도의 긴장완화, 그리고 나아가 한민족의 21세기 유라시아대륙으로의 웅비라는 국가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TKR-TSR연결이 남·북·러 3국에 막대한 경제적 실리를 제공해 줄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경제적 이익을 넘어선 공동체로서의 인식 공유가 중요하다. 한국은 '아시아국가'로서, 러시아는 '유럽의 일부'로서 자기 정체성을 규정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면 한반도와 러시아는 '유라시아 지역국가들'로서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유라시아 지역협력체' 는 정부차원과 민간차원의 상호보완적 활동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구축될 수 있다. 우리가 조직하려는 '유라시아 경제·문화 협력회의' 또는 '유라시아 네트워크'는 각국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상황을 반영, 두 차원의 활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선 한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향후 북한, 몽골, 중국 및 중앙아시아, 일본까지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유라시아 네트워크'를 지향하기를 희망한다.
■개회사
블라디미르 이반코프 시베리아협약집행위원회의장 러시아와 한국 북한 등이 활발한 인적교류 등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동서양의 화합을 통해 인류가 번영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있다. 유라시아의 선두 국가로서 러시아의 특성을 간과하는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의 지정학적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철도를 통한 사회 문화 교류 등은 후세에도 공헌을 할 수 있다. 철도 연결과 교류를 위해서는 한국과 러시아가 얼마나 열의를 갖고 대화를 하느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하더라도 구체적인 계획과 그 실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시베리아에는 이러한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과 경험, 그리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제발표와 토론
▶제1세션 유라시아지역 공동체 형성의 의의와 전망
박수헌(朴秀憲) 경희대학교 국제지역학부교수 TKR-TSR 연결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있다. 두 철도 연결은 아시아-유럽간 '철의 실크로드'로 기능, 한국은 동북아의 본격적 물류거점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또 두 철도가 지나는 노선 지역의 경제 활성화라는 부수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전단계로서 남북한 철도 연결은 남북한간의 본격적인 화해·협력관계의 증진을 의미한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 유라시아 지역협력체 구도 안으로 북한을 끌어들일 경우,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유라시아 국가간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제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라시아 지역협력체' 구상을 제시한다.
세르게이 티호미로프 시베리아협약집행위원회부의장 러시아 한반도 정책의 기본방향은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서 남북한 정부를 동등하게 참여시켜 균형있는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노력이 유라시아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러시아는 축적된 경험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립시베리아 철도대학이 정부 승인을 얻은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을 폭 넓게 참여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라시아공동체는 아직은 형성 초기단계에 있다. 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국의 국가기관에 협의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민관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콘스탄틴 코마로프 시베리아철도대총장 노보시비르크는 철도와 큰 인연을 가진 도시로 TSR의 중심지다. 철도대학이 이곳에 있고 공항 철도 등 교통의 중심지에다 과학기술단지와 문화적 인프라도 갖추고있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철도 연결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검토하고있다. 중국을 거쳐 시베리아를 거쳐가는 방안과 직접 한국철도를 러시아철도로 연결하는 방안 등 두 가지가 가장 유력하다. 이중 하산을 통한 러시아철도 연결이 양측에 가장 유리한 것으로 판단한다. 또 국제기구차원에서 베링해를 거쳐서 유라시아와 미국대륙을 연결하는 철도망도 구상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러시아와 아시아의 교류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시베리아철도대학에는 남북한 학생이 함께 공부하고있는데 이들이 결국 TSR과 TKR을 연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제2세션 유라시아지역 경제통합과정에서 TSR의 역할
유리 말로프 노보시비르스크 경제산업연구소 실장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러시아는 발트해 및 흑해 항구를 잃어버렸다. 따라서 러시아는 연료, 에너지, 원자재를 유럽국가에 수출할 때 어려움을 겪고있다. 동시에 아태지역 국가의 세계적인 비중은 강화되고있다. 이같이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은 러시아로 하여금 아태지역 국가에게 많은 관심을 갖도록 강요하고있다. 극동은 아태지역의 성장시장을 향한 '동쪽 문'으로서 러시아에게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의 과제는 동아시아에서의 변화와 관련, 자신의 이해관계와 영향력을 미칠 새로운 지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태지역의 국가에게도 유럽(고가시장)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국가(대중소비재 시장)로의 출구가 필요하다. 그 통로는 TSR이다.
▶제3세션 유라시안지역의 경제 과학 문화적 협력 전망
황수익(黃秀益) 서울대 정치학과교수 TSR-TKR연결은 대륙과 단절된 반세기를 연결하는 역사적인 사업임에 틀림없다. 단순한 철도연결을 넘어서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는 계기다. 하지만 너무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 EU와 같은 경제적 공동체 구상까지 나아가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좀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철도 연결이 화물수송뿐 아니라 인간의 흐름, 인간의 만남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양국 국민들이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결국은 정치 문화 경제적인 측면에 중요한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유라시아공동체를 추진한다면 추진 조직이 한국 내부는 물론 러시아쪽에도 각각 생겨나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교류를 보장할 수 있다.
올가 플로트니코바 시베리아국제관계대총장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관계가 12년을 넘었지만 아직은 협력이 충분하지 않다. 교역량이 2000년 27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왜 러시아에게 한국이 중요한가. 한국과 러시아는 영토적, 정치적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 분단됐건 통일됐건 우리의 이웃이다. 한국은 강력한 국가이고 러시아의 훌륭한 경제적 동반자가 되어주길 희망한다. 러시아도 예측가능한 정책을 펼치는 국가다. 러시아는 자원, 과학기술 측면에서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한국 역시 투자 잠재력과 과학기술을 상품화하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양국 경제는 협력하면 높은 수준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
성원용(成源鏞)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TKR-TSR 연결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은 분단 운명을 극복하고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으로 경제활동 공간을 넓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다.유럽 연결 수송체계가 저렴하고 안전하고 빠른 유라시아철도운송 중심으로 재편되면 유럽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상품의 경쟁력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러시아는 석유, 가스 등 풍부한 자원과 지정학적 이점 덕분에 유라시아 공동체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남한의 풍부한 자본과 기술,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 러시아의 첨단기술 및 풍부한 천연자원을 결합하는 남·북·러 3각 경협의 성공 여부는 유라시아 공동체 형성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유리 뤼센코 노보시비르스크 테크노파크 부소장 철도 연결에 앞서 러시아와 한국의 과학·기술적인 협력 역시 중요하다. 러시아의 최대 과학단지인 노보시비르스크 테크노파크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의 협력체를 이미 출범시켰다. 한국의 기업 삼성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있다. 중소기업 연합체의 성격을 가진 테크노파크의 국제적 활동은 다양하다. 한국과의 구체적인 관계도 맺고있다. 국제적인 중소기업들의 정보를 교류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있다. 러시아와 한국의 중소기업연합 등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철도연결을 통해 유라시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과학기술분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철도연결에 발맞춰 한러중소기업 협력체 형성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블라디미르 소콜로프 시베리아재정금융연구소 부소장 물리적 거리는 상당하지만 한국과 러시아는 철도연결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베리아 경제발전을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있다. 프로젝트만 10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신뢰성의 문제가 제기 되었으나 오해가 있다. 시베리아에서 모토롤라사가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다. 철도, 에너지 뿐 아니라 전자부문도 좋다. 방위산업 분야에도 강세를 갖고있다. 우주선, 탱크, 엔진, 시속 500㎞를 달리는 열차 등을 만들 수 있다. 무려 25조달러에 달하는 천연자원을 갖고있는 곳이 러시아다. 러시아의 가능성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줘야할 것이다.
■맺음말
권영민(權寧珉) 서울대 인문대학장 100여년전에도 극동지역이 세계의 관심사였다. 러시아 동방정책과 일본의 대륙진출 야망이 충돌하면서 러일전쟁이 터졌다. 이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등 이후 100여년 동안 충돌과 갈등의 역사가 이어졌다. 새롭게 제기되는 유라시아공동체는 각국이 개방적으로 협력하는 신선한 시도다. 경제적 관심에서 출발, 지역 사회 문화적 유대강화로 확산되는 방식이다. 러시아도 한때는 희망의 나라였다. 이효석 소설 '노령근해'의 주인공 청년이 러시아로 가는 꿈을 꾼다. 기관실에 숨어든 청년은 결국 혁명의 땅 러시아를 밟아 소원을 이뤘다는 줄거리다. 하지만 유라시아네트워크는 소설이 아니다. 현실에서의 꿈을 설계하는 모임이다. 그리고 그런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 노보시비르스크는 어떤 도시
노보시비르스크는 시베리아철도의 중심으로 유럽과 중국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지선을 가진 철도교통의 요충지이다. 항구와 공항도 확보, 철도 도로 항공망이 연계되는 교통의 허브지역으로 시베리아철도(TSR)와 한국철도(TKR) 연결을 앞두고 주목을 받고있다.
러시아 최고의 철도전문 대학도 이곳에 자리하고있다. 인구는 144만명. 서시베리아 산업의 중심지로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과학단지 아카뎀고로도크를 확보하고있다.
이 과학단지는 인구 5만명으로 120여개의 각종 연구소가 들어서 핵물리학센터, 항공우주과학센터 등에서 수천명의 전문가들이 연구를 하고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첨단기술과 한국의 상품화능력이 결합하면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참석자 명단
하용출 서울대국제문제硏소장(외교학)/황수익 서울대 정치학과교수/권영민 서울대 인문대학장(국어국문학)/박수헌 경희대 국제관계·지역학과교수/성원용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박성효 대전광역시 기획관리실장/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이용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조실장/김부철 대한통운 육운팀장/김창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신범식 수원대 러시아학과 겸임교수/김덕현 (주)제이케이아이티 사장/이반코프 시베리아협약집행委의장/티호미로프 시베리아협약집행委부의장/코마로프 시베리아철도대총장/플로트니코바 시베리아국제관계대총장/말로프 노보시비르스크경제산업硏실장/뤼센코 노보시비르스크테크노파크 부소장/소콜로프 시베리아재정금융硏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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