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듣지 못하지만 표정은 전문 배우 수준입니다."12일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국내 최초로 '농아인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발표회'를 마친 서울 농아인협회 정점희(鄭点姬·29) 총무는 자신의 의지를 말로 표현하지 못한 농아인들에게서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청각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과 달리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욕구불만에 가득 차 있습니다."
다른 장애인에 비해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각장애인의 스트레스 해소와 사회적응을 위해 정 총무가 창안한 것은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강습. "말이 통하지 않는데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러나 레크리에이션협회 관계자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농아인들의 열정 앞에서는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올 7월부터 매주 1회씩 한국레크리에이션협회(회장 구본철) 회원들로부터 전문 강사 지도를 받은 40여명의 농아인들은 이날 정상인을 능가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비록 음악과 말은 없었지만 40여명의 출연자들은 능숙한 손놀림과 표정, 몸짓으로 전문 강사급 실력을 과시했다. 이들은 이달 말 한국레크리에이션협회가 주관하는 이론·실기 시험에 합격할 경우 동료 농아인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지도는 물론 일반인 모임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 총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만큼 더 많은 농아인들이 지도자 강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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