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법(경제특구법)이 표류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 법의 회기내 처리를 위해 수정안을 만들기로 하고 협의 중이지만 1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된 경제특구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부처간의 협의도 제대로 않은 채 설익은 특구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화를 자초했기 때문이다.교육부는 외국인학교의 설립·입학 조건 완화에 반대했고, 노동부는 특구 지역에 파견근로 자제를 무제한 허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재계는 재계대로 외국기업만 혜택을 주는 것은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노동계는 노동권을 박탈하는 악법이라는 불만을 터뜨렸다. 반발이 나올 때마다 특구안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이 달 들어 국회 재경위 심의에서 수정된 특구안은 아예 특구 기준 자체가 바뀌었다. '국제공항·항만 등을 갖춘 지역'에서 '교통시설을 갖춘 지역'으로 완화돼, 심하게 말하면 내륙 아무 곳에서나 경제 특구를 지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구법안이 원안을 찾아볼 수 없는 '누더기'로 변했는데도 노동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지정요건이 완화돼 전국이 특구화하면 월차 휴가 폐지등의 예외 조치가 일반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업 경영을 하기 좋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외국기업을 유치하려던 특구법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등 경쟁국들은 이미 외국기업 유치에 성공해 한발 앞서 가고 있는데, 내부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한 일 처리에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특구법안이 무산되면 당장 인천시가 미국에서 130억달러의 외자를 들어오려던 계획도 백지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한 번 힘을 합쳐야 할 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