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시절 '지하유인물' 인쇄를 도맡았던 민주화운동의 숨은 일꾼 강은기(姜恩基·사진) 세진커뮤니케이션 사장이 9일 향년 60세로 타계한 사실이 12일 뒤늦게 알려졌다.그는 1970∼80년대 '기관'의 감시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재야단체의 유인물 인쇄를 마다하지 않아 '민주화운동의 펜'으로까지 불렸던 인물. '명동 3·1 시국선언문' '민청학련회보' 등이 모두 그의 을지로 인쇄소에서 나왔고, 80년 '서울의 봄'때는 '김재규(金載圭) 법정진술' 을 배포했다가 1년여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2일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김근태(金槿泰) 장영달(張永達) 의원 등 과거 그에게 신세를 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해학(李海學) 목사는 "고인은 인쇄 의뢰인들의 구속·수배로 외상값을 제대로 못 받으면서도 민주화운동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살았다"고 회고했다.
강씨의 유해는 경기 마석 모란공원묘지 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됐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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