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의 민주당 탈당 의원들과 자민련이 주축이 된 제3의 원내교섭단체 출범이 자민련의 참여 유보 결정으로 차질을 빚게 되면서 대선 정국에 새로운 영향으로 작용하게 됐다.이들은 당초 자민련 및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등 제 정파와 연대해 '반창(反昌)' 전선을 형성,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독주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후보단일화를 견인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으나 이는 당분간 물 건너 간 셈이 됐다. 또 '교섭단체 구성→제3 신당 창당'에 따른 대선 구도의 변화 및 정치권 지각 변동기류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교섭단체가 난항을 겪으면서 후단협 진로 또한 어려운 사정에 처했다. 탈당 의원들을 결속시킬 구심점이 없는 탓에 의원들의 동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섭단체 가입에 서명한 의원 중 한나라당 입당 제의를 받은 2, 3명은 입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후보단일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교섭단체가 뭐 그리 중요하냐"며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들이 정작 고심하는 것은 교섭단체가 끝내 무산되고, 노 후보로 후보단일화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자신들이 내건 명분 때문에 노 후보를 도와야 하지만, 대다수가 반노(反盧) 성향이어서 노 후보 지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만일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정말 큰 일"이라며 "그 때 쯤이면 많은 의원들의 이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섭단체 구성의 불씨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교섭단체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18명으로, 교섭단체 구성요건(20명)에 2명이 모자라는 상태. 따라서 조만간 민주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뤄지면 독자적인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들이 이인제(李仁濟) 박병석(朴炳錫) 이용삼(李龍三) 의원을 비롯, 박상천(朴相千) 정균환(鄭均桓) 이 협(李協) 최고위원 등 호남출신 중진 의원들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인제 박상천 정균환 의원은 이날 오후 시내 모처에서 회동, 후보단일화 및 탈당 문제 등 정국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2∼3일내에 호남 지역 중진 의원들을 포함한 10여명이 추가 탈당할 예정"이라며 "독자적 교섭단체 구성이 금 주내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련의 이날 의총결과가 후단협은 물론, 민주당내 중진들의 처신에도 제동을 거는 효과를 부를 것으로 보여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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