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통령 3남 김홍걸(金弘傑)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데는 친족관계인 두 피고인에 대해 동시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법원의 관행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서울지법 형사23부(김용헌·金庸憲 부장판사)는 "범행과정을 대부분 최규선(崔奎善)씨가 주도, 홍걸씨의 개입이 소극·수동적으로 이뤄진 점, 형인 홍업(弘業)씨가 이미 중형을 선고 받아 한 집안의 두 형제가 나란히 수감생활을 해야 할 처지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 관계자는 "홍업씨 선고를 고려에 넣지 않았을 경우 실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걸씨측이 홍업씨보다 하루 앞서 지난달 31일로 예정됐던 선고일을 굳이 이날로 미뤘던 것도 이런 관행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홍걸씨 변호인은 선고연기신청 이후 홍업씨의 판결문을 재판부에 참작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걸씨가 형 홍업씨에 비해 죄질이 가벼운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십억원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형량치곤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지검 부장검사는 "대통령 아들이 개입된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에 대한 일반의 법 감정을 고려할 때 형량이 다소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어쨌든 홍걸씨측은 선고 결과에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변호인인 조석현(趙碩鉉) 변호사는 "항소 여부는 본인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으나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한 1심 판결에 승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판과정에서 밝힌 대로 학업에 전념한다는 뜻을 가진 홍걸씨가 항소심으로 갈 경우 유학 등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
반면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은 홍업씨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정해지는 대로 변호인단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유제인(柳濟仁) 변호사는 "기록검토 위주로 진행되는 항소심에 대비, 새로운 변호인들을 선임하게 될 것"이라며 "김성환씨 등 측근들이 홍업씨 몰래 받아쓴 돈까지 혐의에 포함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판이 끝난 후 최규선씨는 홍걸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악수를 건네는 등 모처럼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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