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과외와 숙제의 중압감에 짓눌려 살던 초등학생의 자살은 너무 큰 충격이다. 오죽하면 일기장에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말을 남겼을까. 세상의 많은 부모와 교육자들은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온몸을 던져 남기고 간 이 한 마디가 무엇을 뜻하는지 옷깃을 여미고 반추해 볼 일이다.숨진 어린이는 학교성적도 우수하고 성격도 밝고 쾌활해 친구가 많았다 한다. 맞벌이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이는 일기장에 쳇바퀴처럼 학교와 학원만을 오가며 공부 스트레스에 짓눌려 사는 것을 괴로워하는 글을 자주 남겼다. 그러나 부모와 선생님은 낌새조차 채지 못했다. 일기장 검사를 하는 선생님이 한 번쯤 그 문제로 부모와 상담을 해보았던들, 친구와의 채팅에서 '불행'이란 ID를 썼을 정도로 공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부모가 알았던들, 어이없는 죽음은 막을 수 있었으리라.
아빠는 20시간 일하고 28시간을 쉬는데 자신은 그 반대라면서, "왜 어린이는 어른들보다 자유시간이 적은지 모르겠다"는 것이 그 어린이의 독백이다. 모든 어른들은 이 물음과 의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부가 무엇이기에 어린이들이 자신의 세계 안에서 꿈을 키우고 상상의 유영(遊泳)을 즐길 기회와 권리를 박탈하는가. 자신만의 관심사에 대한 궁금증을 부풀리고, 나름대로 그것을 풀어가기에 골몰하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자주성이 자라나는 교육의 기본원리를 외면한다면, 점수로 나타나는 학교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이 사건이 날 만해서 났다고 본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화중 의원이 최근 1만970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조사한 정신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어린이의 27.6%가 자살충동을 느꼈고, 53.1%는 가출충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불행의 재발을 막는 방법은 어린이들을 공부지옥에서 구출해 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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