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바그다드에 나타나면 집에 있는 소총을 들고 거리로 나올 겁니다."은발의 하만 샤마(49) 바그다드 대학 경제학 교수는 전투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력과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이렇게 말했다. 유엔의 대 이라크 결의안 통과 직후 "전쟁을 피할 최선의 방법"이라는 일부의 평가와는 달리 수도 바그다드 시민들은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서방 언론들은 바드다드발로 전했다. 영국의 BBC 방송과 미국의 USA 투데이가 유엔 결의안 통과 후 바그다드 시내를 르포한 기사를 정리한다.
■후세인,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 전쟁의 주역으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군인이 아니라 시민이다. 걸프전과 경제제재 조치로 절름발이가 된 정규군으로는 이번 전쟁을 버텨내기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후세인 정권의 붕괴가 목표인 미국으로서는 지상군의 바그다드 입성이 매우 중요한데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은 큰 부담이다.
지상군의 희생이 늘어날 경우 미국 본토로부터의 철군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후세인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최근 식량, 의약품, 생활용품 등의 배급을 늘리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면, 토지 무료 분배 확대, 사기업 규제 완화, 인터넷 카페 허용 등 자유화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한 아랍권 외교관은 "사람들은 이제 미국의 경제제재를 성토할 뿐, 후세인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후세인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소리 없는 전쟁 준비
바그다드 시내는 바리케이드나 모래주머니 하나 보이지 않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외신 기자들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위성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단속이 시작됐다. 정규군의 15배에 이르는 600만 명의 국민들이 군사훈련을 마친 것으로 추정되며 상당수의 가정들은 집에 무기를 갖춰 놓았다. 시민들은 하나 같이 전쟁이 날 경우, 부엌칼과 도끼를 들고서라도 미군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한다. 지난 주말에도 자원 입대를 신청하기 위해 몰려든 젊은이들로 집권 바트당사는 몸살을 앓았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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