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는 중국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 대회의 최대관심사는 중국을 이끌어 갈 4세대 권력구도의 창출이다. 서양의 언론은 이를 계기로 중국의 명암(明暗)을 보도하느라 여념이 없다.서양의 뉴스매체가 보도하는 것을 보면 중국은 문제투성이다. 우선 중국은 인권의 사각지대로 선진국의 비난을 받아왔다. 가짜와 불량약품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한 해 20만명에 육박하고, 세계최악의 대기오염으로 역시 수 십만 명이 죽고 있다. 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의 격차는 너무 벌어졌고, 약 1억의 농민이 도시빈민으로 방황하고 있다. 관료조직은 극도로 부패했다.
이런 어두운 그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5,000년 역사상 가장 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개혁개방정책 이후 20년 동안 연 평균 10%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국내총생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섰고, 그 구매력은 일본을 앞섰다. 예컨대 보잉여객기를 사들일 때는 한꺼번에 30대씩 주문하면서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도 그 구매력 앞에 크게 지르던 소리를 낮춘다.
미·중 관계정상화를 이룩했던 리처드 닉슨 전 미국대통령은 1993년 "오늘날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의 인권강의를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10년 후에는 그런 설교가 먹혀 들지 않으며, 20년 안에 그런 충고를 듣고 중국인들은 웃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예측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6차 대회 첫날 장쩌민 총서기는 '소강사회'(小康社會)라는 국가목표를 제시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 뜻은 복지사회라고 한다. 정치적이고 의례적인 선언 같기도 하지만, 13억 인민을 최소한도 먹여 살리는 데 성공한 중국지도부의 자신감이 배어있는 캐치프레이즈이다.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이 복권하면서 내세운 개혁개방정책의 본령은 '잘살며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라고 강조했다.
소강사회의 목표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00년의 4배로 늘리는 일이다. 현재 미국의 절반수준이며 일본과 비슷한 규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990년대 서양 학자들이 중국의 성장한계를 예측했지만 중국경제는 이를 비웃듯 팽창했다. 아무도 이 목표가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는 중국의 산업화는 누가 총서기가 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 합의이고, 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이 이런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가. 세계적인 경제 및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 견인차를 산업화와 무역에서 찾고 있다.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여 세계시장에 파는 것이다. 즉 중국 대륙을 세계의 거대한 공장지대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신흥 개도국은 중국이 이런 속도로 산업화를 독식해버리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겁에 질려있다. 한국은 어떤가. 일전에 어떤 경제학자가 일본이 이렇게 장기간 경제적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일본시스템의 모순보다 중국의 영향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2차대전후 한 세대동안 일본은 자동차 전자 등 소비제품의 세계공장노릇을 했고, 전문계열화로 일본의 중소기업을 부품생산 공장으로 강력하게 묶었다. 그러나 중국산업화로 이 사슬이 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일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련식 중공업 육성책을 탈피하고 일본과 한국을 모방하여 소비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지 20여년이 지난 후 이렇게 달라졌다. 중국은 핵 폭탄을 오래 전에 만들었고, 머지않아 달 착륙 유인위성을 쏘아 올린다. 한해에 15만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된다. '대나무 네트워크'로 불리는 국경밖의 5,500만명 중국인(타이완과 홍콩포함)의 경제력은 GDP기준으로 1조달러를 넘는다.
한국인이 중국에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단계 앞서 가야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중국지도부의 파워게임이 아니라 블랙홀과 같은 중국경제의 흡인력이다. 한류의 자부심은 얼마 후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김 수 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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