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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영재 의욕꺾는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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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영재 의욕꺾는 서울대

입력
200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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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낮 서울대 엔지니어하우스 중식당. 전국 과학고 협의회 회장인 한성 과학고 배희병(裵喜柄) 교장을 비롯 수도권 5개 과학고 교장들과 한민구(韓民九) 서울대 공대 학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과학고 교장단의 요구로 열린 이날 만남은 최근 내신 반영비율이 높아지면서 서울대 공대 진학자수가 한창때의 10%대인 50여명으로 급락한 사태를 논의하기위한 자리였다. 상견례가 끝나자마자 과학고 교장들은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고도 이번 서울대 수시1차 전형에서 탈락한 김형설(金螢雪·한성과학고2)군등 컴퓨터 영재들의 낙방사실을 화제로 올렸다."내로라하는 과학 영재들을 뽑아놓고도 내신성적에 신경쓰게하느라 소질계발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국제올림피아드등 권위있는 대회에 입상한 준재들도 선발하겠다며 도입한 수시모집제도가 내신의 덫에 걸려 변질돼버렸다." "제발 공대 정원의 10%만이라도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달라."

1시간여 동안 과학고 교장들의 질책성 하소연에 혼쭐이난 한 학장은 "컴퓨터 영재들이 탈락한 것은 애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고시된 전형요강의 사후변경은 불가능한 만큼 김형설군등의 구제는 불가능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대가 1997년 수시모집을 도입한 취지는 내신 우수자나 내신성적이 뒤지더라도 나름대로 특기를 갖춘 인재들을 뽑기위해서였다. 그러나 올 수시모집과정에서 지원자격을 내신 상위3%이내에서 5%로 하향조절하고 내신과 경시대회 입상경력등 비(非)교과성적 반영비율을 절반씩으로 정형화해 합산하는 바람에 특기는 뛰어나도 내신이 뒤지는 학생들, 특히 특목고생 상당수가 낙방하는 결과를 낳았다.

우수학생들을 뽑겠다며 좋은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시행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서울대의 태만한 자세 때문에 꿈을 접은 젊은 준재들의 좌절감은 누가 위로해줄 것인가.

정원수 사회부 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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