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힘들어 죽겠습니다."서울시내 한 사립대의 A(45)교수는 "1년에 4분의 1은 입시에 매달려 사는 실정"이라고 푸념한다. 그는 "면접이다 서류 평가다 해서 입시 전형 때마다 쫓아 다니다 보면 주말 학회에 빠지기는 예사"라며 "12월 중반 종강 이후에도 또 입시일정에 시달려야 하니 연구나 논문준비는 도대체 언제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수험생 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연중내내 입시에 시달리고 있다. 대입 전형이 수시 1, 2학기와 정시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교수들이 사계절 입시 평가에 동원되는 바람에 연구는 뒷전이고 입시전형이 본업이 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차출되면 3∼4일간 계속되는 서류 전형에 면접, 그 밖의 합동 오리엔테이션에까지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업무는 아예 손을 놓아야만 한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달 17일 끝난 올 2학기 수시모집 전형을 위해 동원된 교수진이 800여명. 면접관 250여명에 3일 동안 진행된 서류평가에 동원된 이들도 500명이 넘는다. 김용학(金用學) 입학관리처장은 "교수님들에게 미리 공문을 보내 면접에 참여해 달라고 협조를 구했음에도 '연구'나 '학회 참여' 등의 이유로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한 분들이 상당수에 달했다"며 "이 때문에 면접 이틀 전까지도 면접관 수를 채우지 못해 입학처 전체에 비상이 걸렸었다"고 털어놓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수들은 입시전형 사역에서 해방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대학당국이 입시전문위원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입시기획과 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입시전문위원 제도는 현재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에서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여타대학은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화여대 조지형(趙志衡) 입학처 부처장은 "외국 대학의 경우 우수 신입생 모집 등 대입 전형과정만을 전담하는 전문 직원들을 따로 두고 있다"며 "우리도 교수들의 연구 분위기 확보와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위원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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