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이 11일 공식 취임함에 따라 당장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총장은 특히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검찰개혁과 정치적 중립이라는 양대 화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 더욱이 검찰 초유의 고문치사 파문을 신속히 수습해야하는 책임까지 떠안고 있어 역대 총장 누구보다도 무거운 책임을 떠안은 상황이다.■물고문 망령 어떻게 벗어날까
현재 검찰의 최대 현안은 단연 물고문이다. 한 간부는 "그동안 검찰의 위기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현 상황의 심각함을 표현했다.
김 총장이 취임 후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물고문 책임자의 문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그러나 이 정도로는 조직이 입은 상처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임 이명재(李明載) 총장이 대통령 아들비리와 병풍이라는 수렁에 빠져 일선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김 총장이 염두에 둬야 할 대목.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검찰은 관리형이 아니라 난세의 영웅을 바라고 있다"고 절박한 심정을 내비쳤다.
■검찰 개혁과 정치적 중립
여·야간 극한대립을 낳았던 병풍 수사에서 보듯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의 중립성 시비에 검찰도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급기야 수사팀내 갈등까지 표출됐다.
법조계에서는 김 총장의 성패는 결국 정권교체기 조직내부의 동요를 어느정도 다스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고있다. 특히 청와대가 '권력누수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인사'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총장의 정치적 좌표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이 정현준·진승현 게이트 부실수사 책임과 지청장 재직시절 금품수수 시비에 휘말렸던 전력은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주중에 예정된 검사장급 이상 간부인사를 시금석으로 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2년전 신승남(愼承男) 총장 때부터 추진돼온 특별수사검찰청 신설과 검사의 항변권 신설 등 검찰개혁방안의 성안(成案)과 국회제출도 김 총장의 개혁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임중도원(任重道遠·책임은 무거우나 갈 길은 멀다)'이란 옛말을 인용, "비장한 각오로 고난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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