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더니, 바로 그 격이다. 지난해 8월 검찰에 적발된 조선족 밀입국 조직의 배후에 바로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직원들이 있었다. 검찰수사 결과 이들은 중국 선양(瀋陽)영사관의 영사, 부영사 등으로 있으면서 뇌물을 받고 수백명의 조선족에게 비자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한명은 홍콩 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하고 뇌물로 받은 미화 60만달러를 감춰두는 등 땅에 떨어진 우리 공무원의 기강을 여실히 보여줬다.또 일단 불법 입국한 조선족들이 '호적세탁'을 통해 버젓이 실질적인 한국 국민의 행세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적이다. 이들은 호적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고아로 가장하거나 출생신고를 허위로 하는 등의 방법으로 호적에 이름을 올린 뒤 이를 근거로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그리고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택시회사에 취직하고 여권을 받아 미국으로 가는 등 국적회복이나 귀화 등의 절차 없이 사실상 한국 국적을 갖고 살아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일도 행정자치부, 경찰청, 법원 등의 담당 공무원이 규정대로 일을 처리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여권 및 비자, 그리고 호적 업무는 국가안보, 국민 경제생활, 범죄진압 등 여러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행정기능이다. 더욱이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가 되어 온 조선족 문제의 해결에 관련 행정기관이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담당 공무원들이 사욕(私慾)을 위해 이 문제를 악화시켜 왔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법무부로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검란'(檢亂)의 해결에 정신이 없겠지만, 이번에 드러난 출입국관리국 직원의 비리도 엄정하게 다루어야 한다. 차제에 현재의 출입국관리 시스템에 대해 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점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