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이 196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35.6%로 떨어졌다. 또 기업들은 물건 1,000원 어치를 팔아 73원을 남겨 매출액 경상이익률(7.3%)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9년 상반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11일 한국은행이 금융업을 제외한 국내 2,414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2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 부채비율은 차입금 상환 및 구조조정 등에 힘입어 작년 말(182.2%)에 비해 46.6%포인트나 하락한 135.6%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또 저금리로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개선돼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7.3%로 작년 동기(3.7%)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제조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나아지는 등 기업체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은 외부환경 덕분
그러나 이 같은 건전성 및 수익성 개선은 금융기관의 채무감면과 금리·환율 하락 등 일시적인 외부환경 변화가 크게 기여했다. 기업들의 평균 이자율은 연 8.2%로 작년 상반기보다 0.8%포인트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하락에 힘입어 외채가 많은 기업들이 상당한 반사이득을 봤다. 경상이익률 상승폭의 절반이 금융비용 경감과 환율하락으로 발생한 것이다. 또 기업분할을 통해 청산 예정법인으로 분류된 대우중공업이 통계에서 제외된 데다 대우차에 대한 대규모 채무경감이 이뤄짐으로써 제조업 전체 부채비율이 31.9%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업간 양극화 심화
제조업 중 부채비율 200%이하 업체 비중은 3.4%포인트 높아진 67.7%에 달했으나, 500% 초과 또는 자본잠식 업체 비중도 0.9%포인트 높아진 12.9%에 달했다. 또 경상이익률이 10%이상인 업체 비중이 24.9%로 4%포인트 높아진 반면, 마이너스 20%미만인 업체 비중도 1.4%포인트 커져 6.2%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제조업은 매출증가율이 14.1%포인트 개선된 반면, 기타 제조업은 3.5%포인트 악화했다.
▶지속 성장은 의문시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도 설비투자에는 소극적이어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제조업의 유형자산 증감율은 설비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마이너스 1.3%로 작년(-0.1%)에 이어 2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조성종 경제통계국장은 "성장잠재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시설확장도 필요하지만, 연구개발 등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의 질적 고도화가 긴요하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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