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DVD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 달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거대한 콘서트'라는 2장짜리 DVD를 발매한 데 이어 양희은도 '양희은 30 라이브'를 음반과 함께 선보였다. 내년에는 이현우가 1년 동안의 공연과 기록을 모아 발매할 예정이고 산울림의 김창완, 들국화의 전인권 등도 발매를 고려 중이다. 상반기에 조용필의 '비상'과 윤도현 밴드의 '라이브 이스 라이프' DVD가 나온 데 이어 전에 없이 많아진 셈이다.이은미는 5월의 500회째 라이브를 기념해 DVD를 만들었다. 공연 두 달 전 DVD기획제작사인 아이스타 네트워크의 류하원 감독과 만나 총 6개월 동안 제작했다. 방송 촬영의 3배에 달하는 20여대의 카메라를 동원, 다양한 앵글로 2시간이 넘는 공연을 노 컷으로 담았다. 48 트랙으로 녹음해 믹싱을 거친 디지털 사운드와 함께 고화질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공연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국내 음악 DVD로는 처음으로 별도제작된 서플먼트도 알차다. 40분에 달하는 인터뷰와 공연 20일전부터 당일까지 연습실과 현장에서 벌였던 준비 과정은 물론 이은미의 예전 모습과 60분 가량의 지난 공연 실황도 수록했다.
양희은의 DVD는 지난해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졌던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실황 중 하루의 기록. "언제 다시 30주년이 오겠나 싶어 DVD로 만들었다. 찍어 붙이기(더빙)를 하지 않아 자부심을 느낀다"는 양희은의 말처럼 공연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아침이슬' '세노야' '금관의 예수' 등 1970년대를 상징하는 노래를 청바지 차림의 양희은이 "살아있는 느낌으로 부르는" 모습은 라이브 CD로는 얻을 수 없는 감동을 전한다. 30주년 공연을 위해 노래를 고르는 모습 등 공연 준비과정도 볼 수 있다.
음악 DVD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고화질 영상에 고감도 사운드를 결합한 DVD가 음악 공연을 위한 최고의 매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여기에는 3만장 넘게 팔린 이글스를 비롯해 일찌감치 들어온 외국 가수의 DVD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낯선 매체였던 DVD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는 DVD 플레이어가 150만대를 넘어서고 결국에는 CD를 대체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 DVD가 독자적인 영역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류하원 감독은 "좋은 공연이 없으면 좋은 음악 DVD도 없다"고 말한다. DVD는 가수들이 겁을 낼 정도로 음악 실력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충 만든 DVD는 소장가치를 우선하는 20대 후반, 30대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DVD가 386 세대들이 좋아하는 라이브가수들 위주로 발매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관계자들은 복제가 불가능한 DVD가 음악 실력과 소장가치가 구매를 좌우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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