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다'라는 논리는 반(反)인권적이다."권위주의정권 시절 체제옹호 논리로 악용되기도 했던 소크라테스의 명제 '악법도 법이다'가 교과서에서 삭제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초·중·고 제7차 교육과정 교과서 내용 중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거나 각종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13개 구절에 대해 수정 권고했다.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초등 6학년 도덕교과서의 '함께 지키자-법을 존중한 소크라테스'단원. 소크라테스가 탈출을 권유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법은 국가와의 약속이므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것일지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인권위는 "이 내용은 결과적으로 반인권적인 사상과 사회현실을 옹호하는 것이 되므로 인권의식 형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어 "기원전 5세기의 사상가 소크라테스의 법철학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바탕한 현대 법철학과는 맞지 않는다"며 "근대법의 역사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입증해온 과정이며 오히려 악법에 대한 저항이 '시대정신'이 돼 왔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6학년 사회 교과서의 '국가안보에 해가 되지않는 범위에서 개인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다'는 부분도 "인권보다 국가목적을 앞세우는 표현"이라며 수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밖에 '가정부와 결혼하면 국내총생산이 줄어든다'(고1 사회)는 특정직업 비하 및 여성역할 차별 '소음순은 민감한 부위, 음경은 배뇨를 위한 기관'(고1 체육)은 남자 성기를 기능중심, 여자 성기는 성행위 관련 서술로 부적절 '살색'(고1 미술) 표현은 인종의 평등권 차별 '주부가 가정에서 일하는 가사 노동시간'(중2 기술·가정)은 가사노동을 여성의 역할로 고정화 '가족은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와 그들 사이의 자녀로 이뤄진 집단'(중1 기술·가정)은 가족형태가 다양해져 정의가 부적절하다고 각각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들 권고를 모두 수용, 2003년 1학기부터 수정된 국정교과서를 배부하되 이미 인쇄된 검정교과서는 2004년부터 반영키로 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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