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진유영(56)씨가 11년만의 국내 전시회를 갤러리 현대(02―734―6111)에서 17일까지 열고 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전시회 제목은 "회화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그의 물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그림들은 모두 조각나 있다. 30㎝ 정도 크기의 작은 그림들이 각각 하나하나의 틀에 넣어져 있고, 그 조각들이 여러 가지 기하학적 형태로 모여서 전체적으로 또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진씨는 대개 먼저 수채화를 그린 다음 그것을 촬영한 뒤 컴퓨터에 입력해 분할·확대한다. 이것을 인쇄물로 출력, 그 위에 다시 물감 작업을 한 뒤 조각조각을 퍼즐처럼 맞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것이다.
"화면은 절대적이며 자율적인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질서 속에 공존하고 있음을 말하려 했다. 작가는 대상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눈이 아니라, 스스로가 대상에 의해 보이는 존재이다." 진씨의 말처럼 그의 조각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벽에 걸린 그림의 대상들이 창을 통해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이를 "내 안에 타자의 자리가 생기는 것이며, 나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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